[틴틴경제] 전자 상거래 왜 중요합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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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얼마 전에 우리나라에 앨빈 토플러라는 미래학자가 다녀간 적이 있지요.

그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사회.경제적 현상 등을 종합해 인류의 미래가 어떻게 변할 것이라는 예측을 세계에서 가장 잘하는 미국 학자입니다.

그런데 그가 김대중 대통령을 만났을 때 이런 말을 했어요.

"세계는 지금 e-코머스 혁명이 계속되고 있고 한국이 강대국이 되려면 e-코머스를 잘해야 한다" 고 말입니다.

도대체 e-코머스가 뭐기에 잘하면 우리가 미국처럼 강한 부자나라가 될 것이라고 했을까요.

e-코머스는 전자상거래를 영어로 표현한 말입니다. 앞에 있는 e는 전자를 뜻하는 'electronic' 의 첫 글자를 딴 것이고, 코머스는 장사를 뜻하는 'commerce' 라는 단어를 우리나라 말로 쓴 것이죠.

즉 비즈니스를 하는 당사자들이 서로 만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계약과 결제 등 대부분의 상거래 과정을 해결한다는 뜻입니다.

여러분이 인터넷 쇼핑몰에서 음악 CD 한장을 사도 e-코머스가 되는 셈이지요.

자 그럼 e-코머스란 뜻은 알았으니 왜 이것을 하지 않으면 부자나라가 될 수 없는지 알아볼까요.

영희네와 수진이네 아빠는 각각 신발을 만들어 외국에 수출하는 회사를 경영하는 사장님들이라고 생각해 보죠.

영희네 아빠는 한달에 한두번 미국과 유럽으로 출장을 갑니다. 바이어들을 만나서 수출 상담을 하기 위해서죠.

그 비용이 한달에 2천만원 정도 들어요. 1년이면 2억4천만원 정도가 출장 비용으로 들어가지요.

반면 수진이네 아빠는 1년에 한번 정도 출장을 가고 나머지는 e-메일이나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상품을 광고한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한번 본 적도 없는 외국 바이어들이 물건을 보고 싶다고 샘플을 보내달라는 메일이 많이 온다고 하네요. 자 이쯤하고 두 회사의 경쟁력을 비교해봐요.

먼저 영희네 아빠는 출장 비용을 손해보지 않기 위해서는 신발을 비싸게 팔 수밖에 없겠네요. 또 바이어들이 제한돼 있다보니 보다 많은 신발을 생산해 판매할 가능성이 작겠지요.

반면 수진이네 아빠는 출장을 거의 안가고도 수출을 했으니 신발 가격을 올릴 이유도 없고 새로운 바이어들이 많아지다 보니 회사 수입이 그만큼 늘어날 가능성이 커요.

회사가 돈을 많이 벌면 공장시설을 늘려야 하고 또 여기에서 일할 직원들을 채용하면 우리나라에 실업자수를 줄일 수도 있겠네요.

이익이 많이 나면 기술연구에 많이 투자해 이전보다 훨씬 좋은 신발을 만들고 인터넷을 통해 고급 신발제조 기술정보도 남보다 빨리 얻을 수 있지요. 영희네 아빠 회사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겠지요.

세계에서 가장 큰 회사는 미국의 제너널 일렉트릭(GE)이나 자동차회사인 포드 같은 회사들로 1990년대 후반부터 e-코머스를 통해 연간 수십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하고 판매도 늘리고 있답니다.

그러나 이처럼 좋은 e-코머스지만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인터넷에서 거래가 이뤄지다 보니 해커들이 특정 회사의 거래정보를 해킹해 경쟁 회사에 정보를 팔 가능성이 있죠.

최근 한국커머스넷이라는 회사에서 전세계 26개국 사장님들을 상대로 조사했는데 보안문제 때문에 e-코머스를 못하겠다는 답이 가장 많았다고 합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터넷 전문가들은 전자서명이라는 방법을 쓰고 있어요.

전자서명이란 A와 B가 상거래하면서 오가는 데이터를 A와 B만 알도록 암호화하는 방법이죠.

예컨대 '컴퓨터 1백대 구매 원함' 이라는 내용은 2진법을 사용하는 컴퓨터에서는 010111… 등으로 표시되는데 이 숫자를 다시 일정한 법칙에 따라 다른 이진법 숫자로 바꾸고 암호화 방법을 거래 당사자들만 알도록 하는 겁니다.

그런데도 해커들이 가끔 이 암호를 해독하는 경우가 있어 인터넷 전문가들은 전보다 더 어려운 암호화 방법을 찾느라 고생이 많답니다.

자금결제 문제도 만만하지 않아요.

인터넷에서 물건을 살 경우 소액의 경우 신용카드로 하니까 문제가 없지만 기업 대 기업 거래인 경우 액수가 많아 상품값을 지불하겠다는 보증이 없으면 섣불리 수출을 하기 어렵지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규모가 큰 50여개 세계은행들이 모여 인터넷으로 수출할 경우 수입업자가 돈을 지불할 것이라는 보증을 하는 아이덴트러스라는 업체를 만들었어요.

내년부터 서비스가 시작되면 외국 기업들간에 e-코머스가 활성화할 것 같아요.

그러면 우리나라 기업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국의 경제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의 경제연구소가 최근 세계 60개국을 상대로 e-코머스를 잘 준비하고 있는지 조사했는데 불행히도 한국은 21위에 그쳤답니다.

우리나라는 인터넷 인구도 2천만명에 달하고 휴대폰 사용인구도 3천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정보화가 잘 돼있는데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궁금하죠?

이유는 바로 많은 회사 사장님들이 회사 매출이나 거래내용이 공개되는 것을 꺼려 e-코머스를 외면하기 때문이죠.

회사 매출내용을 모두 공개하면 세금이 그만큼 많이 나오니까 사장님들이 싫어하는 거래요. 다른 나라 사장님처럼 보안문제 때문이 아니랍니다.

여기에다 e-코머스를 잘하려면 회사끼리 네트워크로 연결해 정보를 공유하고 외국 기업에 대응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기업은 아직도 내가 죽어도 다른 기업과 협력하길 꺼리는 문화가 있다고 하네요.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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