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노총이 달라져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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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민주노총은 12일에 이어 16일 오후 또다시 서울 대학로에서 대규모 '제2차 민중대회' 를 연 뒤 명동까지 가두시위를 벌였다. 이 바람에 대학로.종로.퇴계로 일대는 극심한 교통혼잡을 겪었으며 이 과정에서 경찰과 시위대 사이에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져 현장을 지휘하던 동대문 경찰서장이 부상하는 불상사가 생겼다.

우리는 계속되는 민주노총의 이런 움직임에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면서 다시 한번 강경투쟁 일변도로 내닫는 민주노총의 변신을 촉구한다. 민주노총은 1995년 출범 이후 한국노총과는 다른 투쟁노선으로 한국 노동계의 한 축을 이뤄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투쟁노선이 지나치게 과격화하거나 정치화하는 것은 자못 걱정스럽다. 최근엔 노조시위를 강경진압했다는 데 항의한다는 구실로 경찰청 진입을 시도하고, 청사 앞에서 불을 지르기도 했으며, 마침내 경찰 간부가 부상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는 민주노총이 공권력의 무력화를 시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자아내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민주노총은 불법 앞에서는 성역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하며, 정부 역시 공권력에 도전하는 행위에 대해 분명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행여 강성 투쟁만이 이탈하는 근로자들을 결속시킬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면 정말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경제 여건의 변화에 따라 각국의 노동운동도 달라지고 있다.

한때 대표적인 강성 노조였던 영국과 프랑스 노조도 유연한 자세로 돌아서고 있다. 제2노조인 프랑스 민주 노동연합의 총서기 니콜 노타는 "지금은 전투적 행동보다 협상이 더 생산적" 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우리 역시 노동환경이 과거에 비해 많이 달라진 것은 사실이다.

민주노총이 계속 군사독재 시절의 투쟁 양상에 집착한다면 더욱 국민에게서 외면당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민주노총이 경제회생을 위해 누구나 필요성을 역설하는 구조조정 자체를 반대하고 마침내 정권퇴진운동까지 벌이는 데 대해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 기대해선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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