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사 해외자산 투자 크게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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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생명보험사의 해외 투자가 크게 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는 회원사의 2000회계연도 결산자료를 분석한 결과 생보사의 전체 해외투자액이 전년보다 80% 늘어난 4조6천여억원으로 집계됐다고 15일 밝혔다.

삼성생명의 경우 지난해 총자산 52조원 중 3조6천5백억원을 해외자산에 투자했고 1999회계연도보다 1조6천5백억원이 늘었다. 교보.SK생명의 해외투자액은 전년에 비해 1백50% 넘게 늘었고, 대한.알리안츠제일생명도 전년의 두배 가까운 돈을 해외에 투자했다.

생보사들은 올해 해외투자를 더 늘릴 계획이다. 삼성.교보생명은 올해 해외투자 규모를 1조원 가량 늘려잡았다. 금호생명은 올해 1천3백억원을 추가로 해외에 투자해 해외투자 한도(총자산의 10%)를 채울 방침이다.

생보사가 해외투자를 늘리는 것은 국내 금융시장이 불안정하고 낮은 금리 때문에 수익을 올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이 고객에게 약속한 금리는 평균 연 8%에 육박하는데 국내 투자에서 가능한 수익률은 6%대에 머물러 국내투자로는 역마진이 생긴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국내 채권보다 1%포인트 정도 금리가 높은 국내 기업의 해외발행채권 물량이 동이 나 보험사들은 해외 채권형 펀드나 파생상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에도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수단이 없진 않지만 위험이 커 쉽사리 투자하기 어렵다.

교보생명 이석기 자산운용팀장은 "개인투자자야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투자하겠지만 고객 돈을 운용하는 입장에서 모험을 할 수는 없다" 고 말했다.

국내에서 발행되는 채권의 만기가 다양하지 않은 점도 장기 상품의 비중이 높은 보험사의 해외투자를 부채질하고 있다.

주요 기관투자가인 생보사가 해외투자로 돌리는 자산의 비중이 커지자 국내 주식에 대한 투자는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는 자산의 40%까지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데 10% 이상 투자하는 곳이 없다" 고 말했다. 생보사들은 지난해 증시 침체로 큰 평가손을 낸 데다 자산건전성 규제가 심해져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

한편 정부는 생보사의 금리 역마진 현상이 심해지자 현재 총자산의 10%로 제한한 해외투자 한도를 완화할 방침이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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