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 진료기록 복사하기 왜 힘드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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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종합병원을 이용해본 사람은 누구나 그 절차의 복잡성을 절감했을 것이다. 2개월 동안 모 종합병원의 이비인후과와 심장혈관센터에 어머니를 모시고 다녔다. 막판에 의사는 수술을 요구했다. 그래서 동네 이비인후과를 몇차례 찾아갔더니 의사들은 "아무 것도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 고 했다. 고민 끝에 동네의원으로 옮기기로 했다.

차트가 필요해 종합병원에 갔다. 그런데 이비인후과에서는 돈을 약간 받고 차트를 복사해준 데 비해 심장혈관센터에선 오전에 접수를 하고 오후에 의사를 만나 상담해야 복사할 수 있다고 했다. 직장에도 가지 않고 오후에 다시 방문했더니 의사는 "환자 보호자냐" 고 확인한 뒤 더 이상 묻지 않고 밖에 나가 기다리라고 했다. 그러더니 혈압약 보름치를 처방해줬다.

나중에 차트를 받아보니 상담내용이 이렇게 적혀 있었다. "아드님이 옴. 차트복사. 혈압약 보름치. "

과연 이런 단순한 상담을 받기 위해 시간을 들이고 돈까지 내야 했는지 의문이 가시지 않았다. 환자가 가까운 병원으로 옮겨 가는 절차에 작은 배려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의사를 만나 상담하고서야 차트를 복사할 수 있다면 최소한 보호자에게 환자의 병세를 간단히 설명해주고 조언 몇마디는 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같은 병원에서 진료과목에 따라 차트 복사의 절차가 다른, 일관성 없는 행정도 문제였다. 이런 일을 당하니 의료진이 과연 환자에 대해 애착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결국 그렇게 고생해서 얻은 차트는 쓸모도 별로 없었다.

이존철.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성사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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