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붉은 띠' 를 풀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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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총파업의 선봉장격이었던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와 회사가 어제 새벽 협상을 타결하면서 파업 기세가 급속히 수그러들고 있으며 민주노총은 진퇴양난의 기로에서 곤혹스러워하고 있는 것 같다. 병원노조도 일부는 아직 파업 중이지만 상당수는 이미 파업을 철회하는 등 총파업 참여 사업장 수가 시작 때보다 절반 가량 줄어들었다.

이처럼 파업 기세가 꺾인 데는 국민이 민주노총의 연대 파업에 등을 돌린 때문이다. 워크아웃 중인 기업이 구조조정에 반대하고, 회사는 적자에 허덕이는데 억대의 연봉을 받는 조종사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안정이 절실한 환자들이 있는 병원에서 1천여명의 노조원들이 스피커를 틀고 노래를 부르며 출정식을 벌이는 노조의 파업에 대체 어느 국민이 동의하겠는가.

또 정치활동이 보장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사일방어(MD)체계 반대와 개혁입법안 국회통과 등 정치적 이슈를 들고나온 민주노총의 총파업에 누가 찬성하겠는가.

이렇게 명분이 없고, 시기적으로도 적절치 않았는데도 민주노총이 연대 파업을 강행하고, 노조가 불법 파업을 벌인 가장 큰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본다.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되려면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가 절실하다.

그런데도 이 정부는 영국의 대처 전 총리 등과는 달리 연성(軟性)노동정책을 폈으니 노동개혁이 제대로 될 리도 없고, 노조의 터무니없는 요구가 반복되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이번 기회에 정부가 현재의 노동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기를 바란다.

또 불법 파업이 관행처럼 돼버린 것은 정부의 사후대처가 미흡했기 때문이므로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와 병원노조 등 불법 파업 주동자들에 대해 엄중하고 단호하게 조치하기를 거듭 요구한다.

"노조가 부당한 요구를 하거나 격렬하게 파업해도 노동자는 잃을 것이 없다는 게 제일 큰 문제" 며 이는 "쟁의기간 중에 임금을 줘야 하고, 불법행위를 해도 처벌받지 않는 상황" 이기 때문이라는 주한 일본 기업인들의 보고서에 정부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사용자측도 단체교섭엔 성실하게 임하되 원칙은 철저히 지켜야 한다. 대한항공의 경우 외국인 조종사의 채용과 급여 결정은 노조가 관여할 수 없는 배타적 경영권임에도 불구하고 노조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한 것은 크게 잘못됐다고 본다.

더불어 우리는 불법 파업으로 손해를 본 국민이 앞다퉈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나서 '노조 행태 바로잡기 운동' 에라도 나서면 어떨까 싶다. 이제 노조는 국민에게 섬뜩한 느낌을 주는 붉은 띠를 풀어버리고 빨간 셔츠는 벗어던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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