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무리한 보금자리 주택 확대를 경계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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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정부가 일산 신도시 면적의 두 배에 이르는 대규모 보금자리주택지구 5곳을 발표했다. 보금자리주택 8만8000가구를 포함해 모두 12만1000가구의 주택이 수도권 도심 인근 지역에 새로 공급될 예정이라고 한다. 가구당 인원을 3명만 쳐도 무려 36만3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택지 개발이다. 수도권 지역의 서민들에게는 내집 마련의 기회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는 보금자리주택과 신도시 건설 등으로 주택공급을 늘려 서민 주거를 안정시키겠다는 정부의 주택정책은 원칙적으로 올바른 방향이라고 본다. 세금폭탄과 규제를 통해 집값을 때려잡으려던 이전 정부의 우격다짐식 주택정책에 비해서는 훨씬 시장친화적이고 효과적인 집값 안정 방식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의욕이 지나치면 아무리 방향이 맞더라도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미 수도권에 2018년까지 공급하기로 했던 32만 가구분의 보금자리주택을 현 정부 임기 내에 앞당겨 짓겠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2012년까지 수도권에 공급되는 주택은 60만 가구에 이를 전망이다. 여기다 이와는 별도로 서울시가 각종 소형주택 20여만 채를 짓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2~3년 사이에 수도권에 무려 80여만 채의 신규 주택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다는 얘기다.

이처럼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주택 공급을 늘릴 경우 난개발의 위험이 커지는 것은 물론 주택시장을 심각하게 왜곡시킬 우려가 크다. 당장 이번에 발표된 광명·시흥 보금자리주택지구의 경우 난개발과 과잉공급에 따른 부작용이 클 것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분당 신도시만 한 그린벨트를 허물면서 도시기능에 대한 고려도 없이 서민주택만 빼곡하게 짓겠다는 것은 무리다. 임기 내에 약속한 주택공급 물량을 맞추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40년을 지켜온 그린벨트를 훼손할 때는 주택공급을 늘리겠다는 의욕보다는 국토 이용에 대한 장기적이고도 종합적인 구상 및 원칙과 함께 주택시장의 수급 상황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정부는 차제에 보금자리주택을 포함해 전반적인 주택공급계획을 재검토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