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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방불교 본고장 미얀마 수도원 르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미얀마를 중심으로 한 동남아의 남방불교에서 이뤄지는 수행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흔히 북방의 대승불교과 대비해 소승불교로 불려온 남방불교식 수행이 부처님의 가르침,원시불교의 형태에 충실한 때문이다.

그 대표적 수행법이 ‘위빠사나’다.고대 인도어로 ‘바로 본다’란 의미.수행자가 자신의 몸과 마음의 움직임을 세밀히 들여다봄으로써 번뇌에서 벗어나는 수행법이다.위빠사나 수행의 본고장인 미얀마엔 2천5백년전 불교가 살아 숨쉬고 있는 듯 했다.

11일 새벽 양곤(미얀마의 수도)에 있는 대표적 위파사나 수행도량 '마하시 수도원' .열대임에도 불구하고 가는 빗줄기가 는개처럼 흩어진 새벽공기는 서늘했다.

6시, 조용한 수도원을 흔드는 요령소리. 자주색 가사를 걸친 스님들이 발우(그릇)를 하나씩 안고 수도원 입구로 모여 한줄로 늘어섰다. 묵언(默言.말하지 않음) 가운데 까치의 울음만 우렁차다. 50여명이 모이자 나지막이 경전을 암송하기 시작한다. 행렬은 탁발(托鉢)을 위해 수도원을 나섰다.

남방불교는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아무 것도 소유하지 않은 삶, 필요한 모든 것을 보시(布施.사찰이나 승려에게 물품을 제공하는 일)에 의존하는 걸승(乞僧.거지 스님)의 삶을 고수하고 있다.

그 출발이 탁발이다. 그들이 지닌 것은 말 그대로 가사 한 벌과 얇은 플라스틱 발우 하나뿐이다. 이들은 수도원에 모여 수행에 전념한다. 사찰이나 사원을 소유하거나 운영하지도 않는다. 돈과 관련된 모든 일로부터 격리돼 있다. 미얀마 승려들이 이같이 초기 불교의 가르침을 고수할 수 있는 것은 전국민의 90%에 이르는 불교 신자들의 독실한 후원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탁발 행렬이 동네 어귀로 접어들자 중년 부인 하나가 작은 솥단지를 들고 맞이한다. 주걱으로 밥을 퍼 걸어가는 스님들의 발우에 한 주걱씩 능숙하게 담아준다. 스님들의 발걸음이 멈추지 않도록.

마하시 수도원의 경우 스님 한명에 신도 두명이 후원인으로 등록해 칫솔에서 비누까지 모두 제공해주는 것이 관행이다. 스님들에게 한 끼 식사를 대접하기 위해 수도원을 찾아오는 신도들이 줄을 잇는다.

승려가 아니더라도 미얀마 사람들, 특히 남자들은 거의 의무적으로 출가(出家)경험을 한다. 보통 열살 전후에 출가하는데, 일종의 성인식과 같다. 출가 경험이 많을수록 존경받는 사회가 미얀마다.

탁발승들이 떠난 수도원 마당. 비구니들과 일반 수행자들이 경행(經行.걸으면서 하는 수행)하는 모습이 슬로 비디오 같다. 위파사나 수행은 앉아서 하는 참선과 경행을 반복한다. 경행하는 수도자는 자신의 발과 몸의 움직임을 자세히 관찰하기 위해 매우 천천히 움직인다. 몸의 움직임을 관찰함으로써 마음을 보고, 그 속에서 무아(無我)와 무상(無常)을 깨닫는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유학온 판야디파(32) 스님은 아예 남방불교로 출가해 법명도 남방식이다. 5개월 전 경남 김해의 남방불교 사찰인 다보선원에서 출가하자마자 이곳으로 왔다.

스님은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한번 해보자는 생각에서 이쪽으로 출가했다" 며 "비록 몸은 힘들지만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겨 열심히 하고 있다" 고 말했다. 위파사나가 부처님의 가르침에 더 충실하고, 또 깨달음을 얻기위해 더 효율적인 길이라는 확신이다. 그래서 그는 남방불교를 '근본불교' 로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양곤(미얀마)〓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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