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선언 1주년 공청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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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6.15선언 후 지난 1년간 남북관계의 핵심은 신뢰구축이었으며, 이는 실패했다. "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13일 당정책위가 주최한 '6.15선언 1년 평가 공청회' 인사말에서 이렇게 말했다.

李총재는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답방을 점치기 어렵게 됐고, 장관급회담.경의선 복원.이산가족 상봉이 중단됐다" 며 "金위원장 답방 약속은 지켜져야 하지만, 경제적 이득이나 통일전략 차원에서 온다면 의미가 없다" 고 주장했다.

李총재의 '실패' 진단에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민족의식과 국제감각이 없을 수 있나" 라고 반박했다. 그는 "4대강국 수뇌.유럽연합(EU).언론.베트남까지 지지하는 회담을 실패로 규정하는 분은 천상천하(天上天下)에 딱 한 분이다. 李총재는 심술이 많은 것 같다" 고 비난했다.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공청회에는 발제를 맡은 한승주(韓昇洲.전 외무부장관) 고려대 교수와, 토론자로 유석렬(柳錫烈) 외교안보연구원 교수.송영대(宋榮大)전 통일원차관.김영희(金永熙) 중앙일보 대기자 등이 참석했다.

◇ "남북관계 답보 예상" 〓韓교수는 "남북관계는 지금 같은 답보상태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 이라며 "남북관계의 이중성을 무시하고 비현실적인 낙관론에 빠질 경우 적게는 실망을, 많게는 위험을 만나게 될 것" 이라고 경고했다. 韓교수는 남한측의 바람직한 자세로 ▶통일문제는 감정보다 실용성.현실에 근거하고▶대결 아닌 '윈-윈 전략' 을 추구하며▶북한이 남한의 선의를 악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의 원칙을 제시했다.

◇ "대북정책.정치일정 연관 말아야" 〓김영희 대기자는 金위원장이 답방 약속을 지키지 않는 이유에 대해 "김대중(金大中)정부의 '선공후득(先供後得)' 에 대한 국내 반발과 金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추락 등 남한 내부사정에 북한이 실망한 듯하다" 고 진단했다.

金대기자는 정부측에 "대북정책을 대선 같은 정치일정과 연관시키지 말아야 하며, 다음 정권으로 넘어간다는 여유와 인내심을 가지라" 고 주문했다. 한나라당에 대해선 "대안없이 사안에 따라 정부에 시비걸고, 여론과 일부 언론을 따라 춤춘다는 인상" 이라며 "민주당의 햇볕정책에 대항할 정책이 있는지 생각해 보라" 고 충고했다.

노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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