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에 몰리고 정부는 초강경… 민노총 '곤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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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주노총의 연대 파업은 13일을 고비로 일단 기세가 한풀 꺾인 것으로 보인다.

우선 파업 참여 사업장 수가 현저히 줄었다. 민주노총 주장대로라도 전날 1백20여곳에서 60여곳으로 절반이 감소했다.

또 양 항공사 동시 파업에 이어 연대 파업의 분위기를 한껏 띄워줄 것이라던 병원 파업도 당초 12개 병원 중 6개만이 참가, 기대에 못미쳤다.

여러 병원이 파업에 동참할 것이라고 민주노총은 주장하지만 병원별로 협상이 진전되고 있다.

무엇보다 여론이 대단히 불리하다.

그럼에도 민주노총측은 이날 "파업장 수가 줄었을 뿐 전체적인 분위기는 여전하다" 며 국면의 변화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주노총은 "병원말고도 사업장별 특성에 따라 추가로 파업에 돌입하는 곳이 여러개 있을 것" 이라고 주장했다.

파업에 비판적인 여론에 대해서도 "언론이 앞장서서 사실을 부풀리며 노동계에 악의적인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고 주장했다.

가뭄이 가슴 아프지만 그 때문에 노동자들의 1년 농사를 포기할 수 없다는 강변도 여전히 나왔다.

그러나 애써 태연한 겉모습과 달리 내부적으로는 그리 편치 않은 상황이다.

우선 최악의 가뭄이라는 상황과 겹쳐 파업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이 정도로 높을 것으론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들이다.

특히 항공사 파업의 경우 최근의 경제난과 맞물려 "고임금을 받으며 파업을 한다" 는 말없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비판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칫 민주노총에 대한 국민의 평가마저 최악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있다.

민주노총엔 "가뭄 극복에 온 힘을 쏟는 때에 파업이 웬말이냐" 는 등의 항의와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게다가 불법 파업에 대한 정부의 즉각적인 강경대응도 단위 사업장의 응집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집행부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가 그렇다.

또 "불법 파업에 정부가 강력 대응하라" 는 재계의 요구도 부담스럽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파업을 이끌고 있는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가 사측과 전격 합의해 파업을 철회할 경우 연대 파업 분위기는 급속히 냉각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민주노총 내부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빨리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뒤 파업을 철회하는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어떻게든 체면도 살리고 실리도 찾는 방법을 찾겠다는 것이다.

"최단 시일 안에 파업을 마무리하고픈 게 우리 심정" 이라고 민주노총 관계자는 말했다.

그러나 이미 여론이 등을 돌리고 정부가 강경대응을 천명한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노동 관계자는 "민주노총의 이번 전략이 자칫 별다른 성과 없이 노동계의 고립을 자초, 장기적으로 내분에 휩싸일 가능성도 있다" 고 말했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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