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다시 몰리는 채권시장…단기채 불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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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주식시장이 답답한 조정에 들어가자 채권시장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시중자금이 단기로 운용되면서 사들이는 채권은 1년 미만의 단기 회사채가 대부분이다. 또 자금 사정이 호전된 기업들은 고금리로 발행된 회사채를 되사들이고 있다. 설비투자도 쉽지 않고 돈 굴릴 데가 마땅치 않자 돈갚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투신운용 신화철 채권 매니저는 지난 4월 말부터 여러 증권사에 만기 1년 이하의 투자적격등급(BBB- 이상) 회사채는 눈에 띄는 대로 잡아 달라고 부탁해 놓았다. 그러나 한달 보름 동안 그가 손에 넣은 회사채는 고작 24억원어치에 그쳤다.

신매니저는 "자금운용 기간이 갈수록 짧아지면서 만기 1년 이하의 투자적격등급 회사채는 채권시장에서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며 "단기 회사채의 금리도 크게 떨어졌다" 고 말했다.

1년짜리 회사채 금리(BBB- 기준)는 지난 4월 26일 11.79%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 12일 현재 10.68%에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거래되는 단기 회사채 금리는 증권업협회가 공시하는 기준 수익률보다 2~3%포인트 가량 낮은 상태에서 거래되고 있다.

투자등급이 BBB-인 두산의 1년 미만 회사채는 증권업협회 기준 금리보다 3%포인트 낮은 7.7% 안팎에 매매되고, 투자등급이 BBB인 한화는 기준 금리(9.7%)보다 2.7%포인트 낮은 6.2%에 거래되고 있다.

반면 이들 회사의 3년물 회사채는 증권업협회의 기준 금리와 엇비슷하게 거래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장기 채권과 단기 회사채의 금리 격차는 최근 2~3%포인트로 벌어졌다.

단기 회사채에 수요가 몰리는 것은 발행기업이 1년 내에 부도가 날 가능성이 작은 데다 연 5~6%인 국고채나 기업어음(CP)에 비해 수익률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단기로 자금을 운용하는 투신사의 머니마켓펀드(MMF)는 1년 미만의 단기 회사채를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신매니저는 "장기 전망이 불투명할수록 단기채 쪽에 수요가 몰린다" 며 "최근 장기채 금리도 조금씩 떨어지고 있어 단기채와 수익률 격차가 서서히 좁혀질 것" 이라고 말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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