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파노라마] 사당동 '한의원 거리'로 떠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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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동작구 사당동 일대가 강남의 '한의원 거리' 로 떠오르고 있다. 지하철 7호선 남성역과 지하철 4, 7호선 이수(총신대 입구)역 주변에 한의원 20여곳이 성업 중이다. 10년 이상 터를 닦아온 한의원도 있지만 개업한지 2~3년이 안된 곳이 많다.

1992년 문을 연 한라한의원 장문석(46)원장은 "10년 전만 해도 한의원 서너 곳이 단골 손님을 상대로 진료했지만 최근 젊은 한의사들이 속속 개업하고 있다" 고 말했다.

한의원 밀집 지역으로 소문이 나면서 서초.강남구나 과천 등에서 찾아오는 환자도 늘고 있다.

◇ 왜 몰리나〓사당동은 고급 주택가라기보다 서민 주거 지역이다. 1층짜리 주택 지역이 개발 바람을 타고 다세대 주택촌으로 변하고 1만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인구가 크게 늘었다.

한의원도 한두곳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지하철 7호선이 개통되자 한의원 개업이 부쩍 늘었다.

이 때를 전후해 예닐곱곳이 문을 열었다. 지난해 12월 남성역 부근에 개업한 남성한의원 최승수(31)원장은 "병원 입지를 알아보다 재래시장과 아파트촌, 편리한 지하철망이 함께 있는 이곳을 택하게 됐다" 고 말했다.

부유층 거주지와 달리 서민층이 많아 큰 병원보다는 집과 가까운 곳에 있는 개인 병원을 주로 이용하는 주민들의 특성도 한의원 붐에 일조했다.

이 일대 한의원 중에는 저소득층 주민들에게 무료 진료를 해주는 곳도 많다. 남성시장에 있는 광림한의원은 노년층 생활보호대상자뿐 아니라 소방관.군인.순경 등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수고하는 공무원들도 돈을 받지 않고 진료해 준다.

◇ 한의원도 쇼핑하듯〓한의원이 촘촘히 들어서자 환자들은 쇼핑하듯 자신에게 알맞은 진료를 골라 선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의원들도 '고객' 들의 발길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광림한의원 김완태(32)원장은 "주변에 한의원이 많기 때문에 최대한 친절하게 환자 특성에 맞춰 진료를 하려고 애쓴다" 며 "한약상이 밀집한 경동시장처럼 사당동도 한의원 전문 지역으로 자리잡았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한 한의원에서 만난 주부 김현숙(36.여.서울 동작구 사당2동)씨는 "한의원마다 통증.알레르기성 질환.여성 질환 등 특기로 내세우는 진료 과목들이 있다" 며 "한의원별 가격과 전문 진료 분야를 따져 이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고 말했다.

이수역 부근 대로변에는 한의원뿐 아니라 외과.내과.성형외과 등 병.의원도 밀집해 있고 대형 약국도 군데군데 포진해 있다.

역세권으로 부상한 사당동 일대가 양.한방 의료기관이 어울린 강남권의 종합 의료 타운으로 발돋움할지 주목된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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