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면 쓸수록 절약되는 '최저가격 노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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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채소를 가장 싼 값에 살 수 있는 곳은?' '아기 분유를 가장 싼 값에 파는 곳은?'

주부 송희숙(33.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씨의 수첩에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이 빼곡이 적혀 있다.

'최저가격 노트' 라고 이름 붙인 이 수첩엔 마트.백화점.재래시장 등 특성에 따라 싸면서도 질 좋은 물건, 비싸더라도 괜찮은 물건들을 살 수 있는 곳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시어머니로부터 살림을 넘겨받으면서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가장 싼 값에 물건 살 수 있는 곳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

송씨는 약 3개월간 정리한 가계부를 컴퓨터에 입력해 최저가격대를 선별했다. 여기엔 평소 엑셀을 능숙하게 다루는 송씨의 실력도 한몫 했다. 이렇게 최저 가격 노트를 만들면서 송씨는 살림에도 재미가 붙었다.

'직장에 다니니까, 또는 시어머니가 살림을 하시니까' 라는 이유를 달며 가계부조차 잘 쓰지 않던 그였지만 막상 자신이 만든 최저가격 노트를 참고로 물건을 사게 된 뒤론 매일 가계부를 쓰는 건 물론이고 쇼핑 방식도 달라졌다.

우선 시장에 갈 때면 냉장고 안에 있는 채소나 고기를 다시 한번 체크해 보고 어디서 얼마나 사야할지 결정한다.

"전에는 한달 식비가 35만~40만원 정도 들었는데 최저가격 노트를 참고했더니 5만원 정도 줄었어요. 단돈 10원이라도 싸게 살 수 있는 곳을 알고 있으니 급하다고 해서 아무데서나 사게 되지 않더군요. "

송씨에겐 이제 "10원.20원의 차이까지 눈에 띄어 조금이라도 비싼 물건을 사면 마음이 편치 않은 것" 이 나름의 애로점이다.

다음은 송씨의 노트에서 옮긴 좋은 물건 싸게 사는 방법들이다.

▶채소와 생선.육류=싸다고 해서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채소나 생선은 마트나 백화점보다 꼭 재래 시장을 이용한다.

가까운 곳에 영천시장이 있어 신선한 채소는 꼭 거기서 산다. 하지만 백화점은 채소의 종류가 다양하므로 쌈밥이나 샐러드 재료를 사려고 한다면 백화점이 좋다. 육류는 단골을 만들어 동네 고기가게를 이용해야 질 좋은 고기를 구입할 수 있다.

▶공산품=신선도에 구애받지 않는 공산품은 마트가 가장 싸다. 백일이 채 안된 둘째 딸의 분유나 기저귀는 인터넷 사이트의 공동구매를 이용한다.

금방 다 쓸 수 있는 물건이라 박스 채 사더라도 쓰고 남을 부담이 없고, 택배비를 인터넷 사이트 회사에서 부담하는 경우가 많아 편리하다.

▶의류=좋은 옷을 사려면 백화점이 가장 편리하다. 백화점 카드가 있으면 무이자 할부가 가능하고 5% 가량 할인도 해준다. 상품권 자체를 9% 정도 할인해 살 수 있으므로 세일 때 잘 고르면 30% 정도는 싸게 살 수 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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