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최악의 대진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제9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16강전
[제7보 (128~145)]
黑.이세돌 9단 白.후야오위 7단

흑▲의 급소 일격에 128로 반격하며 최후의 일전이 전개된다. 후야오위7단은 혼신의 힘을 다해 포위망을 뚫고 나간다. 이곳 중앙이 다 잡히는 한이 있더라도 좌변 쪽을 돌파해 흑을 거꾸로 잡는 것이 마지막 희망이다. 하지만 이세돌9단이 지휘하는 흑의 병사들은 잘 훈련된 동작으로 틈을 주지 않는다.

후야오위의 두 눈이 안경 속에서 서서히 일그러지고 있다. 이세돌은 무심하다. 첩첩의 튼튼한 함정을 파놓고 그 속으로 후야오위가 자멸의 돌진을 해오는 것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다.

138에 이어 140으로 절단했지만 흑은 143까지 살아버린다. 144로 물러서면서 후야오위는 명이 다했음을 느낀다.


'참고도' 백1, 3으로 두는 것이 최강이지만 흑6까지 중앙이 모두 잡힌다. 전야제 때 후야오위7단이 추첨을 끝내자 장내엔 아! 하는 나지막한 탄식이 일어났다. 후야오위도 벽에 나붙은 대형 대진표에 자신의 팻말이 걸리는 것을 힐끗 바라봤다. 그 곁에 '이창호'의 이름이 있었다.

이창호 대 후야오위의 대결은 1회전의 빅카드였기에 TV로 생중계했다. 이 대국에서 후야오위는 피 말리는 분전 끝에 이창호라는 거목을 탈락시켰다. 그날 저녁 16강전 추첨 때 또 한번 탄식이 일어났다. 두번째 상대는 이세돌이었다. 태풍 뒤에 해일을 만나듯 너무 힘든 대진운이었다. 후야오위는 결국 두번째 관문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145로 중앙이 잡혔다. 147로 좌변 흑도 살아갔다. 승부가 결정됐다. 후야오위는 그러나 마치 꿈을 꾸듯 20여수를 더 두고 돌을 던진다.

박치문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