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남북관계 왜 안풀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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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남북관계 제도화의 난항과 부시 행정부 출범. 이는 남북화해의 목적지를 향해 출발한 '6.15 공동선언 기차' 를 가로막은 두개의 걸림돌이었다.

지난해 6월 남북 정상회담 이래 정부는 '4+1' 방식의 남북관계 제도화를 추진했다. 즉 남북 간에 ▶장관급회담▶국방장관회담▶경제협력추진위▶적십자회담 등 4개의 채널을 가동시키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이라는 빅 카드를 이끌어낸다는 복안이었다.

그러나 남북관계는 지난 3월 7일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정지되고 말았다. 부시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나는 북한의 지도자에게 회의감을 갖고 있다" 고 말했다. 이 한마디는 남북관계를 한순간에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다.

북측은 3월 13일로 예정된 남북 장관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연기했으며 4월 3일로 예정된 4차 적십자회담도 무산시켰다. 그 결과 남북 경협회담.국방장관회담은 물론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면회소 설치도 흐지부지됐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남북관계의 중단 원인을 미국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편협한 해석이라고 지적한다. 통일부 차관을 지낸 송영대씨는 "북한이 내부적으로 지난 1년간 남북교류에 따른 부담감을 느꼈을 것" 이라고 말했다.

남북교류에 부담감을 느끼던 평양이 한.미 정상회담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오자 남북관계를 중단시켰다는 설명이다.

한편 6.15선언은 서울에서 '퍼주기 논쟁' 등 다분히 정쟁(政爭)적인 국내정치에 휘말려 이렇다할 만한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하는 데도 실패했다.

게다가 최근 발생한 북한 상선의 영해침범 사건도 국민의 대북 시선을 싸늘하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 그러나 미국이 '북.미대화 재개' 를 천명함으로써 북한이 더 이상 남북대화를 중단할 명분이 사라졌다. 꼭 1년 전 남북 정상회담의 결단을 내렸던 金위원장이 이번에 어떤 방향으로 나올지 주목된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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