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 싱가포르 '사람 걱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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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인구 4백만명의 소국이지만 동남아에서 가장 국가경쟁력이 뛰어난 싱가포르가 요즘 고민에 빠져 있다.

내수시장과 기초자원 부족을 우수한 인적자원으로 만회해온 싱가포르가 최근 극심한 출산율 저조로 인해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내국인 출생률이 이처럼 꾸준히 줄고 있는 반면 외국인 수는 계속 늘어나는 것도 싱가포르가 안고 있는 고민거리다.

싱가포르 통계청이 11일 발표한 2000년 인구조사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령인구는 23만8천명으로 외국인을 제외한 거주인구의 7.3%에 달한다. 인구학에서 고령화사회란 65세 이상 노령층이 인구의 7%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를 일컫는다.

문제는 싱가포르가 고령화사회에 진입했다는 사실보다 노령인구의 급격한 증가세다. 1990년에는 노령층이 16만4천명으로 6%였다. 이 추세라면 노령인구 14%의 고령사회 진입도 멀지 않다는 분석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같은 급격한 고령사회 진입을 막기 위해 출산을 장려하고 있다.

아시아 다른 나라보다 여성들의 교육수준이 높고 직업을 갖고 있는 비율이 높은 점이 출산의 장애라는 인식 아래 정부가 나서서 고학력 여성의 중매 서비스까지 할 정도다.

싱가포르의 30대 대졸 여성 가운데 미혼은 30%로 전체 출산율은 1.47%에 불과하며 계속 감소추세다.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신생아 수는 91년 5만1백명에서 99년은 4만1천1백명으로 떨어졌다.

용띠해를 맞아 지난해에 신생아수가 반짝 증가했으나 이 역시 88년 용띠해에 비하면 6천명이 줄어든 수치다.

반면 외국인 수는 10년 만에 거의 50만명 가까이 늘어 전체인구의 6분의 1을 넘어서는 75만명이다. 결국 싱가포르가 내세우는 우수한 인력조차 실은 해외에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고령화사회 진입 외에도 이번 발표에서 특히 두드러진 점은 여자 1천명당 남자 9백98명으로 조사돼 싱가포르 인구조사 역사상 최초의 여초(女超)현상을 보였다는 점이다. 출생 성비는 물론 인구 성비도 남자가 많은 것이 자연스런 현상이다.

전쟁 등 특수한 사건 없이 여초현상이 나타난 것은 싱가포르 인구의 77%를 차지하는 중국계가 최근 남아 선호사상에서 많이 벗어난 것이 주된 이유라는 게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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