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홍역접종 중학생 6명 뒤늦게 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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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지난 7일 홍역백신 예방접종을 한 경기도 남양주 진건중학생들 중 6명이 11일 새로이 집단발작 증세를 보여 서울 등으로 긴급 후송됐다.

金모(12)군 등 6명은 오전 수업 중 갑작스런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한양대 구리병원과 위생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또 한양대 구리병원에서 치료받고 지난 9일 퇴원했던 閔모(13)군 등 두명도 이날 다시 증상이 나타나 학교 양호실 신세를 졌다.

서울 경희의료원에서 치료 중인 유모(13)양 등 7명은 당초 병원측의 예상과 달리 증세가 나흘째 계속되고 있다. 남양주보건소는 이에 따라 남양주 학생들에 대한 추가접종 계획을 무기한 연기했다.

특히 학생들이 "접종 당시 백신 주사기들이 책상 위에 쌓여 있었다" 며 백신 보관 과정에서의 변질 가능성을 제기, 논란이 되고 있다. 홍역 백신은 상온상태에 6시간 이상 놓아둘 경우 이상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 의료계의 판단이다.

◇ 계속되는 증세〓경희의료원에 입원해 있는 7명 중 趙모(13)군 등 세명은 하루에도 서너차례 이상 팔.다리가 마비되고 호흡이 가빠지는 증세를 보이고 있다.

학부모 김미남(40)씨는 "갑자기 아이들이 눈이 뒤집어지며 30여분 동안 발작을 일으킨 뒤 정신을 잃는다" 며 이날 병원측에 정밀검사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주치의인 차성호(49.소아과)교수는 "주사에 놀란 과호흡증후군이 나흘째 지속된 것은 예상못했던 일" 이라며 "아이들의 불안감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대병원 정신과 정도언 교수는 "집단 히스테리 반응의 장기화는 드문 일" 이라며 "신체적.심리적 요인을 정밀히 살펴야 할 것" 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날 새로 발생한 환자에 대해 남양주보건소측은 "입원한 동료 학생들로부터 심리적 영향을 받은 탓으로 보이나 정확한 원인을 규명 중" 이라고 말했다.

◇ 백신 유통.보관 문제 없었나〓경희의료원에 입원 중인 학생들은 "접종 당시 백신 주사기 수십개가 양호실 책상 위에 그냥 방치돼 있었다" 고 말했다.

당초 "백신 주사를 아이스박스에 담아 옮긴 뒤 아이스팩 위에 올려놓았다" 고 했던 남양주보건소측의 말과 엇갈리는 주장이다. 경희의료원 車교수는 "백신 자체엔 문제가 없지만 유통.보관과정에서 부주의로 변질될 수 있다" 며 "수입에서 접종까지 전 과정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 고 밝혔다.

그러나 국립의료원 검역과 김영택 연구관은 "이미 관련 백신의 보관.유통과정에 대한 조사에서 이상이 없었음이 확인됐다" 고 말했다.

손민호.문병주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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