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나이웨이, 이창호 또 눌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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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루이나이웨이9단이 기성전 본선(10월 29일)에서 이창호9단의 대마를 잡고 또 승리, 이창호와의 상대전적에서 6승2패를 기록했다. 세계 최강의 기사 이창호의 유일한 천적은 다름아닌 여성기사 루이9단이란 것을 이 기록이 보여주고 있다.

루이9단과 이창호의 인연은 12년 전의 응씨배 세계대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17세의 소년기사로 수줍음이 많았던 이창호는 도쿄라는 낯선 땅에서 난데없이 여성기사와 마주앉자 특유의 페이스를 잃고 불계패하고 만다.

4년 뒤 응씨배에서 빚을 갚았으나 2000년 국수전 도전자결정전에서 또다시 대마를 잡히며 패배한다(루이는 이 뒤 조훈현9단을 꺾고 남자를 이긴 사상 첫 여자 타이틀 홀더가 된다).

이창호는 이후에도 루이9단에게 자꾸만 졌고, 올해에도 1승1패를 기록해 총 전적에서 2승6패라는 기막힌 스코어를 보이고 있다. 루이9단은 올해 39승17패로 전체 프로기사 중 다승 6위의 성적이고 여자 중에선 단연 선두다.

그러나 프로기사 등 전문가들은 "루이9단이 강한 것은 인정하지만 그렇더라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결과"라고 고개를 젓는다. 혹시 여성에 대한 부담감이 약점 없는 이창호의 아킬레스건인 것은 아닐까. 이창호는 신기하게도 조혜연.박지은 등 국내 젊은 여성기사들과는 아직까지 단 한판도 대국한 일이 없어 그점을 확인할 길은 없다.

루이9단 본인은 6승2패의 전적에 대해 "믿을 수 없다. 나도 놀랐다"고 말하며 "순전히 운이 좋은 때문"으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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