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男·男 성희롱'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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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미국에서 남성이 남성에게 성희롱을 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10일 미 고용기회평등위원회(EEOC)에 제소된 직장내 성희롱 중 남성이 피해자인 경우가 전체의 13.5%로 지난 10년새 두배 가까이 늘었다고 전했다.

짓궂은 장난.성적 농담 등은 꼭 여성들에게만이 아니라 남성들에게까지 악의적인 성희롱으로 받아들여져 제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EEOC의 분석이다.

콜로라도주 잉글우드의 한 자동차 판매상에서는 회사 사장이 1999년 10명의 남자직원들을 '창녀' 등으로 호칭하면서 자극적인 성적 농담과 함께 몸을 더듬었다.

직원들에 의해 EEOC에 제소된 그는 직원들에게 50만달러(약 6억5천만원)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또 딜러드 백화점 판매직원 데이비드 곤잘레스는 자신의 사타구니와 둔부를 만진 남성직장 상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7백30만달러의 배상평결을 받았다.

MGM 그랜드호텔 직원인 메디나 린은 자신의 뒤에 서서 성행위를 묘사하고 신체접촉을 한 동료직원을 성희롱으로 제소했으며, 뉴욕 월가의 금융회사 베어스턴스의 한 분석가는 보너스를 올려주겠다며 동성애를 요구한 남성 팀장을 제소한 바 있다.

뉴욕 타임스는 민권법 제7조가 성에 따른 차별만을 금지하고 있어 남성 대 남성 성희롱 제소는 피해자측이 성희롱을 당했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하면 승소 가능성이 낮다고 덧붙였지만 이제 성희롱이 남성과 여성 사이의 문제만이 아님은 분명해 보인다.

신중돈 뉴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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