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클럽] 다언어 활동 모임 '히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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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일본에서 왔구요. 선샤인이라고 불러주세요. 지금 두번째 엄마 집에 머무르고 있는데 맛있는 음식을 너무 많이 해줘 배꼽이 볼록 올라왔어요. "

지난달 29일 히포(HIPPO) 회원들이 모인 서울 강남구 그린그래스호텔 10층. 모임을 참관하기 위해 온 야마시타 쿠니코(山下邦子.40)가 서툰 한국말로 '엄마' 이야기를 하며 배를 불쑥 내밀자 순식간에 웃음바다가 됐다. 엄마는 민박집 주인을 뜻하는 모임의 은어다.

40여명의 회원이 3~4개 국어로 차례차례 자기 소개를 한 뒤 그동안 익힌 외국어를 이용해 대화를 시작했다.

"구텐탁. 이히 하이세 모모. 당케쉔. (안녕. 나는 모모야. 고마워. )" "모모. 반갑습니다. "

히포의 과천지역 연구원 홍승주(洪承珠.49)씨가 독일어로 말문을 열자 회원들이 '모모' 를 외치며 반겼다. '모모' 는 복숭아를 뜻하는 일본어로 洪씨가 복숭아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애칭이다.

히포는 1981년 일본의 언어학자 사카키 바라요우가 만든 다언어 활동 모임. 노래.율동 등을 하거나 테이프를 듣고 따라 하면서 자연스럽게 외국어를 배우는 게 목적이다.

현재 일본을 비롯, 미국.러시아.멕시코.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 세계 20여개국에서 회원들이 활동 중이다. 국내 지부는 지난달 세워졌으며 과천.부천.용인.천안 등지에 9개의 지역별 소그룹이 결성된 상태다.

회원들은 지역 책임자인 연구원을 중심으로 일주일에 한두차례 지역모임을 갖는다. 현재 국내 회원은 80여 가족에 3백여명. 모임에서는 한국어.영어.일본어.중국어.스페인어.독일어.프랑스어 등 7개 국어가 통용된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일본인 무라타 미키오(村田幹雄.38)는 "말하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말을 배우게 만든다" 며 "한국 경제의 특성상 다언어 구사 능력은 경제발전에도 큰 힘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회원들은 외국어를 공부하는 것 외에 민박을 통해 자연스럽게 외국 문화를 접하는 기회를 갖는다. 외국에 가서 동료 회원 집에 머무르기도 하고 한국을 찾는 외국 회원들에게 숙식도 제공한다.

민박하는 동안 음식 준비를 돕거나 설거지를 함께 하면서 가족처럼 스스럼없이 지낸다. 8년째 히포 활동을 하고 있다는 야마시타는 "세계 각국의 사람을 동등한 관계로 만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 이라고 말했다.

2년 전 야마시타를 '아들' 로 맞았던 황미숙(黃美淑.42)씨는 "외국인을 편견없이 만날 수 있게 됐고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이 넓어졌다" 며 "아이들에게도 국제화 감각을 키워줄 수 있는 좋은 기회" 라고 말했다. 외국어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02-567-7138.

글.사진〓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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