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군 앞다퉈 건립 … 커지는 대구 ‘도서관 숲’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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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개관한 대구시 중동 ‘책숲길 도서관’에서 주민들이 책을 고르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지난달 30일 대구시 중동의 ‘책숲길 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수성구보건소 3~4층 972㎡에 자리 잡은 도서관에는 2만6500권의 장서가 있다. 3층에는 어린이·청소년 열람실이, 4층에는 종합자료실과 디지털자료실이 있다. 주변에 도서관이 없는 점을 고려해 수성구가 만들었다. 이날 오후 개관식이 끝나자마자 주민들이 몰려들었다. 책을 고르던 주민 김현숙(44)씨는 “영어·재테크 등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이 많아 좋다”며 반겼다.

대구지역 구·군이 앞다퉈 도서관 건립에 나서고 있다.

도서관을 중요한 교육 기반시설로 인식해서다. 도서관이 ‘교육 도시’라는 대구의 옛 명성을 찾는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역 공공도서관이 지난해 20개에서 올 연말 25개로 늘어난다. 소규모 공·사립 도서관인 마을도서관은 지난해 78개에서 88개로 늘었다.


7월 문을 여는 수성구 범물동의 ‘용학도서관’은 요즘 개관 준비가 한창이다. 5층짜리 현대식 건물로 111억원이 들었다. 장서 8만권에 848개의 열람석을 갖춘 대형 도서관이다. ‘용학’은 인근 산이름인 용지봉과 무학산에서 딴 것이다.

주민 정미경(43)씨는 “주변에 도서관이 없어 20분 거리의 수성도서관을 이용하느라 너무 불편했다”며 “하루 빨리 개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달서구 본리동에는 본리도서관 신축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동구 안심 신도시 지역에 들어설 안심도서관은 다음달 착공돼 연말 문을 열 예정이다.

어린이 도서관도 늘어나고 있다.

수성구는 2일 수성 2, 3가동 사무소에 어린이 전용도서관인 ‘물망이도서관’을 개관한다. 이곳에는 어린이 도서 1만6000여 권이 비치돼 있다.

이에 앞서 서구는 이현동에 어린이도서관을 열었다. 유아용 도서 2만5000권과 어린이 열람실·디지털도서실 등이 있다. 도서관에는 온돌을 설치해 아이들이 앉거나 누워서도 독서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도서관 증가에는 주민 요구도 한몫하고 있다.

자녀 교육에 필요한 도서를 대출할 수 있어서다. 논술 등 글쓰기 교육이 강화되면서 책을 빌리는 학생과 학부모가 부쩍 늘었다.

학부모 윤손희(38)씨는 “웬만한 어린이 그림책도 한 권에 1만원이 넘을 정도로 비싸다”며 “집 주변에 도서관이 있으면 경제적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자치단체장들의 ‘정치적 의도’도 작용하고 있다. 학부모의 표심을 잡기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도서관은 주민의 평생교육장 역할도 한다.

달서구 도원도서관은 주민이 읽은 책을 다른 주민에게 넘기는 식으로 6000명이 참가하는 ‘독서릴레이’를, 성서도서관은 개인과 가족·단체가 책 읽기에 나서는 ‘독서마라톤’을 이달부터 시작한다.

대구시 조현철 교육학술팀장은 “도서관이 다양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학교이자 주민에겐 평생교육의 장 역할을 하고 있다”며 “도서관을 지속적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홍권삼 기자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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