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미사일방어 계획 올 여름이 고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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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부시 미국 대통령의 미사일방어(MD)계획에 있어 올 여름은 매우 중요한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설득외교와 미사일실험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부시는 MD를 설명하기 위해 취임 후 처음으로 12일 유럽으로 떠난다. 그는 13일 브뤼셀에서 MD에 부정적인 19개 나토회원국 정상들과 회담한다. 16일엔 슬로베니아에서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연다.

부시의 MD외교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부시에 앞서 유럽을 돌고 있는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에게서 설명을 들은 러시아의 세르게이 이바노프 국방장관은 지난 8일 "(불량국가들의 위협 때문에)MD가 필요하다는 부시 대통령의 논리는 전적으로 가설에 근거한 것" 이라고 잘라 말했다.

7월 중순과 하순 사이에 실시될 것으로 알려진 제4차 미사일 요격실험은 MD외교보다 더 중요하다. 이번 실험발사는 부시 행정부 들어 처음이다. 빌 클린턴 정부의 세차례 실험 중에선 첫번째만 성공했다. 특히 지난해 7월 7일 세번째 실험이 실패한 후 클린턴 대통령은 9월 9일 MD를 위한 첫번째 사업착수 결정을 다음 정부로 넘기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8일 계획을 공개한 국방부 탄도미사일방어국에 따르면 4차 시험발사는 3차와 같은 내용으로 진행된다.

먼저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가 태평양상공에 '미끼 미사일' 을 쏜다. 그러면 4천3백마일 떨어진 태평양 마샬군도의 콰잘레인 아톨에서 요격미사일이 발사된다.

실험이 성공한다면 부시는 그동안 비용문제와 함께 MD추진 반대의 주요한 근거였던 '기술적 불투명성' 에 대한 우려를 잠재울 수 있다.

그러나 실험이 실패할 경우 부시의 MD구상은 국내외의 '조롱' 에 직면하게 되고 부시도 정치적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6백억달러 정도를 들여 2004년까지 초보적인 형태의 MD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은 추진력을 잃게 되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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