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 들녘서 토종 농산물 사라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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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군산시 성산면 산곡리의 농민 이정구(62)씨는 1999년까지만 해도 해마다 밭 1천2백여평에 메밀을 심어 4백여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그러나 값이 훨씬 싼 중국산이 들어오면서 팔리지 않자 지난해부터 고추를 심고 있다.

이씨는 “외국에서 우리 것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팔리지 않아

폐기해야 할 정도여서 작목을 바꾸었다”고 말했다.

외국산 농산물이 밀물처럼 들어와 우리 농산물이 설 땅을 잃으면서 토종 작물들이 우리 들녘과 산자락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다.

전북도가 최근 도내 농민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토종 농산물 재배면적이 해마다 크게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약용작물의 경우 몇년 사이에 50% 넘게 줄었고,일부는 재배 농가가 드물 정도다.

콩의 경우 98년 5천2백90여㏊가 재배됐으나 99년 4천9백30여㏊,지난해 4천5백10여㏊로 해마다 4백㏊ 정도씩 줄어들었다.

팥은 98년 1천2백10여㏊에서 99년 1천50여㏊,지난해 9백50여㏊로 감소했다.참깨도 98년 4천2백90여㏊에서 지난해 4천50여㏊로 줄었다.

메밀은 98년 5백90여㏊ 심었던 게 지난해는 2백60여㏊로,3년 사이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약용작물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작약·오미자·지황은 지난해 5백90여㏊로 98년 1천4백여㏊보다 60% 가까이 줄었다.

고소득 작목이었던 독활·사삼·두충은 지난해 재배면적이 40여㏊에 불과,농촌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다.

이처럼 토종 농산물이 사라져 가는 것은 수입 농산물의 가격이 훨씬 싸 이들과 가격을 맞추려면 생산비도 못 건지는 등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토종 작물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외국산과의 가격 차를 보장하고 생산비를 낮출 수 있는 영농법을 개발하는 등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농업기술원·대학 등 전문기관들과 협의해 토종 농산물을 살리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고 말했다.

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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