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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 출구조사 왜 또 빗나갔나?

중앙일보

입력

미국 대선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웃었다. 그러나 불과 몇시간 전만해도 상황은 정반대였다.

방송사 들이 투표 직후 '케리 우세'라는 출구조사 결과를 일제히 발표하면서 정권 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표 결과는 반대로 나타났고, 2000년 대선에 이어 방송사들은 빗나간 출구조사로 또 다시 망신살이 뻗쳤다.

미국 주요 방송사와 신문사들은 4년 전 대선에서 당선자 오보 소동으로 곤욕을 치렀다. 이 때문에 ABC, CBS, NBC, CNN, 폭스뉴스, AP 등 주요 언론사들은 이번 대선에서 출구조사의 정확도를 높이겠다며 '전국선거합동보도단(NEP)'이란 기구를 만들기도 했다. NEP의 초반 출구조사 자료에서는 케리 후보가 격전지인 플로리다주와 오하이오주에서 각각 3%포인트와 4%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방송사들은 4년 전 '원죄'를 떠올리며 승자 예측에 극도의 신중함을 기했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출구조사에 근거해 케리가 승기를 잡았다는 예측을 퍼뜨렸다. 출구조사 결과는 슬레이트, 드러지 리포트, 커맨드 포스트, 원켓닷컴 등 주요 웹사이트를 통해 재빨리 유권자들 사이에 퍼졌다. 하지만 개표가 진행되면서 상황이 출구조사와 다르게 나타났고 유권자와 시청자들의 혼란을 부추겼다. 특히 블로그(1인 미디어 사이트)도 빗나간 출구조사 결과를 마구 갖다 붙이면서 혼선을 부채질했다. NEP를 위해 출구조사를 실시한 조지프 렌스키는 "투표가 끝날 때 쯤의 후반 출구조사는 초반과 달리 팽팽한 접전으로 나타났다"며 "블로거들이 출구조사 결과 중 자기 의도에 맞는 여러 수치들을 썼다"고 말했다.

미 언론사들과 출구조사 기관은 많은 유권자들을 혼란에 빠뜨린 출구조사의 오류가 왜 발생했는지 이유를 분석하고 있다. 이들은 민주당원들이 공화당원들에 비해 출구 조사자들에게 의견을 밝히는데 더 열성적이었거나, 케리 지지자들이 부시 지지자들보다 투표소에 먼저 도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짐작하고 있을 뿐이다. 이라크 전쟁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이는 가운데 출구조사에서 드러내놓고 "부시의 손을 들어줬다"고 말하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많았다는 분석도 있다. 또 새로 도입한 인터넷과 휴대전화 조사 기법에서 케리를 지지하는 20대 젊은이들을 과다 반영한 점도 오류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폭스뉴스의 정치 담당 프로듀서인 마티 라이언은 "예비선거 기간에는 출구조사에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어젯밤에는 출구조사가 통하지 않았다"면서 "어쨌든 출구조사에 문제가 있으며,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출구조사 뿐 아니라 여론조사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두번의 대선에서 간발의 승부를 정확히 예측해 명성을 쌓은 조그비는 유색인종의 투표참여를 근거로 "케리 후보가 선거인단 311명을 확보, 대선에서 압승할 것"이라고 공언하는 등 유수의 여론조사 기관이 케리가 승리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들은 케리가 지지도 조사에서 뒤졌으나 부동층의 표심이 도전자 쪽으로 기우는 경향을 감안해 케리의 우세를 예측했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선 직전 터진 '오사마 빈 라덴'이라는 돌발변수와 부시의 안보전략에 따른 보수층의 결집이 이같은 경향을 무너뜨리고 부시 쪽으로 표심을 기울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분석하고 있다.

디지털뉴스센터, 연합뉴스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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