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 광주은행 '독립 법인 유지'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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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우리금융 지주회사로 편입된 경남.광주은행 노조가 내년 6월 자회사 통합 이후에도 두 은행을 독립 법인으로 유지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경남.광주은행 노조는 지난 5일 윤병철 우리금융회장과의 면담에서 "지방은행의 특성을 살릴 수 있도록 두 은행을 독립법인으로 유지해 달라" 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경남.광주은행의 경우 지원받은 공적자금이 적고 올해 예금보험공사와 맺은 경영개선약정(MOU)의 목표치를 모두 초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공적자금을 갚고도 독자 생존할 능력이 있다" 면서 이같이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尹우리금융회장은 "하나-충청은행처럼 독립채산제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방안은 검토할 수 있지만 독립법인으로 놓아둘 수는 없다" 며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예금보험공사 고위 관계자도 "공적자금 투입 은행을 지주회사로 묶는 것은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자는 목적이므로 일시적으로 이익을 냈다고 독자 생존을 주장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 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두 은행 노조는 "우리금융이 지방은행의 현실을 무시하고 무리한 통합을 강행할 경우 전면적인 투쟁에 나서겠다" 고 밝혔다. 특히 두 은행의 독자 생존 움직임이 내년 6월 지방선거 분위기와 맞물릴 경우 우리금융지주회사의 통합 작업에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두 은행 노조는 우리금융이 자회사 재편의 사전 작업으로 추진하는 전산통합 작업에도 반발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 5일 한빛은행 3명과 경남.광주.평화은행 각 2명, 우리금융 2명 등 11명으로 전담팀을 만들어 전산통합 작업에 나섰다. 한빛은행 노조도 "정보기술(IT)자회사 설립이 아니라 단순히 전산통합을 위한 것이라면 협조하겠다" 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경남.광주은행 노조대표와 노총 및 금융노련 관계자 7명은 이날 尹우리금융회장을 만나 "전산 통합은 기능 재편을 시작한다는 의미" 라며 "내년 6월까지 기능 재편을 미루기로 한 노사정 합의에 위배된다" 며 반대 의사를 전달했다. 두 은행 노조는 또 태스크포스팀에 파견된 직원 4명에게 9일까지 복귀 명령을 내린 상태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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