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신사참배하면… "중국 못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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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중국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문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

중국 정부는 고이즈미가 8월 15일 야스쿠니 신사를 공식 참배할 경우 올 하반기 고이즈미의 중국 방문이 곤란해질 것이란 입장을 일본 정부에 비공식적으로 전달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6일 보도했다.

그동안 고이즈미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긴 했지만 중국 정부가 구체적인 경고를 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조치는 특히 일본 우익역사교과서 파문.무역마찰 등으로 양국 관계가 냉각된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일본 내에선 중.일관계가 더욱 악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양국 정상이 1년마다 돌아가면서 상대국을 방문하기로 합의해 놓고 있다.

올해는 일본 총리가 중국을 방문할 차례다.

고이즈미는 지난달 3일 중국의 장쩌민(江澤民)국가주석.주룽지(朱鎔基)총리에게 e-메일을 보내 연내 중국 방문 의사를 밝혔다.

중국 외교부와 일본 외무성은 11월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열리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전후에 고이즈미가 베이징(北京)을 방문하는 방안을 놓고 협의해 왔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최근 주일 중국대사관과 중국 주재 일본대사관 등을 통해 고이즈미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할 경우 방중(訪中)이 어려워진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탕자쉬안(唐家璇) 중국 외교부장은 또 지난달 24일 베이징에서 다나카 마키코(田中眞起子) 일본 외상과 가진 회담에서 "고이즈미 총리의 방중은 환영하지만 이것이 실현되기 위해선 적절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양국이 노력해야 한다" 며 우회적으로 고이즈미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문제를 비난한 바 있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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