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퇴직연금시장, 매년 2배 이상 성장해 올해 30조 돌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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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시장의 성장세에 슬슬 가속이 붙는 모습이다. 2009년 11월 10조원, 2010년 2월 15조원 돌파. 5조원 모으는 데 딱 석 달 걸렸다.

지난해 말 삼성·LG전자가 퇴직연금을 도입한 데다 올 초 KT의 명예퇴직금도 일부 들어온 덕분이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말이면 27조~32조원까지 시장이 커질 것으로 내다본다.

“퇴직연금시장은 매년 두 배 이상으로 성장해왔고, 올해는 특히 퇴직보험·신탁의 폐지로 퇴직연금으로 전환하는 기업이 많을 것”이라는 게 금감원 황성관 연금팀장의 설명이다.

2011년 국제회계기준(IFRS)이 도입되는 것도 퇴직연금 전환 기업이 늘어날 수 있는 요인이다. 퇴직금제도를 퇴직연금으로 바꾸면 IFRS 도입 시 기업은 퇴직급여채무로 인한 부담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퇴직연금제도 도입 전 예상치와 비교하면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2003년 말 보험연구원은 퇴직연금 시장이 2006년에 30조원, 2010년이면 5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예상이 어긋난 건 많은 기업이 중간정산을 택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퇴직보험·신탁을 퇴직연금으로 전환하는 대신 중간정산을 한 비율은 60%에 달한다. 이에 따라 노동부가 퇴직금 중간정산 요건을 까다롭게 바꾸는 내용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을 내놨지만 1년 넘게 국회에 계류 중이다.

근로자나 기업을 퇴직연금으로 끌어들일 만한 유인책도 마땅찮다. 연 300만원 소득공제 혜택이 있는 연금저축과 달리 퇴직연금에 대한 세제 혜택은 따로 없다. 노동부와 금융업계는 퇴직연금에 소득공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까지 기획재정부와의 시각차가 크다.

익명을 요구한 보험사 관계자는 “시장이 예상보다 커지지 않다 보니, 사업자들이 제살 깎기식 경쟁에 빠져들고 있다”며 “퇴직연금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퇴직연금=기업에서 관리하던 퇴직금을 금융회사에 맡겨 운용하는 제도. 근로자는 회사를 그만둘 때 연금 또는 일시금으로 이를 타게 된다. 종전 퇴직금 제도와 달리 기업이 도산해도 퇴직금을 못 받을 염려가 없다. 퇴직금이 미리 정해지는 확정급여형(DB)과 자산운용 성과에 따라 퇴직금이 변동하는 확정기여형(DC), 직장을 옮길 때 퇴직연금을 이어갈 수 있는 개인퇴직계좌(IRA)로 나뉜다. 현재 퇴직연금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금융회사는 총 53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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