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김중권대표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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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5일 민주당 김중권(金重權)대표는 당이 중심이 돼 정국을 운영하기 위한 구체적인 구상을 갖고 있었다. 여기엔 초.재선 소장파들이 일으킨 정풍(整風)의 거센 바람을 정리한 데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 있었다.

그러면서 후보 조기 가시화론 등 차기 문제에 대해선 "올해말께 논의되겠지만 지금 그런 걸 말할 시기가 아니다" 고 말을 아꼈다.

다음은 그의 서대문 변호사 사무실에서 한 인터뷰 내용이다.

- 4일 청와대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총재인 김대중 대통령이 당에 실질적 권한을 준다고 했는데.

"당을 정치의 중심축에 서게 한다는 얘기다. 시스템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입장에서 자문회의였던 최고위원회의 위상을 심의기구화했다. 권한도 없이 책임만 진다는 최고위원들의 불만이 앞으로 불식될 것이다. 13일 국정쇄신 기자회견 전에 대표와 충분히 의논하겠다고도 했다. 당의 입장을 수용하고 국정운영에 반영하겠다는 의지로 본다. "

- 과거에도 '金대표 중심, 당 중심' 이라는 격려가 있었다. 그런데 청와대.정부에 비해 정보나 정책수단이 적은 당이 어떻게 '당 중심' 을 이룰 수 있나.

"정책생산 과정에서 정부는 효율성을 중시한다. 당은 민의와 부닥쳐 민주성을 중시한다. 의약분업도 현장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했어야 했다. 민의에 터잡은 정책 생산엔 당이 주도권을 가져야 하고, 그런 정책수단을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

- 최고위원회의엔 무슨 권한을 주는가.

"대야 관계.국회 등 정국운영에서 이젠 청와대를 쳐다보고, 대통령의 결심을 받을 필요가 없다. 최고위원 회의의 결정대로 운영한다는 뜻이다. "

- 사람 교체없는 시스템 개편으로 쇄신의 효과를 볼 수 있는가.

"제도.시스템을 정비해야 누가 거기에 앉아도 작동되는 것이다. 누굴 앉혀 놓아도 돌아가게 하는 게 중요하다. 그 다음에 적재적소에 사람을 배치해야 하는 것이다. "

- 정풍의 기폭제였던 '안동수 전 법무장관 추천' 은 미스터리가 남아 있다.

"나도 대통령 비서실장을 했지만 누가 추천했는지는 중요한 게 아니다. 인사 때는 청와대 존안자료 중에서 적합한 사람을 몇몇 골라 올리면 마지막에 대통령이 고른다. 추천을 누가 했다 안했다 하는 건 내 상식으론 이해가 안된다. "

- 소장파의 정풍이 거센 데는 DJ의 당 장악력이 떨어진 측면이 있는 것 아닌가.

"그것하고는 다르다. 소장파들에겐 대통령에 대한 존경심도 있고 대통령이 성공해야 정부가 성공하고 정권 재창출이 된다는 마음이 있더라. "

- 3.26 개각 때 당이 소외됐다는 추미애 의원 등의 지적이 있었는데.

"秋의원은 내가 대표로 취임한 후 사기진작에 나서 당이 반짝 빛났는데 개각으로 힘이 빠졌다는 것이다. 사실 3.26 개각 전에 대통령과의 독대를 통해 개각인선 문제를 많이 논의했다. 개각일자도 앞당기자고 했다. 그런데 정작 개각일자를 청와대에서 내게 안 알려준 것이다. '강한 여당' 이 껍데기로 비친 것이다. 개각일자를 알려주지 않은 것은 청와대가 실수한 것이다. "

- 소장파들 주장 중엔 국정운영의 비선, 즉 권노갑(權魯甲)전 최고위원 마포 사무실 문제도 있었다.

"나는 시각이 다르다. 金대통령이 야당생활을 하면서 고생하던 민주화 동지들 중에 불만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이를 위무하기 위해 사무실을 만들었다고 들었다. 나는 잘못된 게 아니라고 본다. 물론 이런 영역을 넘어 비선조직이 된다면 잘못된 것이다. "

- 金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으나 재신임을 받았는데.

"정말 그만두고 싶었다. 성명파동에 대표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의례적으로 드리는 말씀이 아니며 내가 그만둬야 한다고 강하게 얘기했다. 비장한 각오로 했다. "

- 하지만 재신임으로 차기경쟁에서 앞서갈 수 있지 않느냐.

"(웃으며)그건 아니다. 차기문제는 생각해본 일도 없다. "

- 5.6공 때부터 일해온 金대표의 개혁성향을 문제삼는 지적도 있었다.

"나는 개혁의 보스인 대통령 밑에서 비서실장으로 개혁.제도정비를 노력했다. 정치를 언제 시작했는지는 중요치 않다. 바르고 올바르게 했느냐가 중요하다. 날치기 통과가 유행병처럼 번지던 13대 때도 나는 법사위원장으로서 단 한건도 날치기 처리를 한 적이 없다. 당의 지시를 거부한 것이다. "

- 오늘 초.재선 의원들이 다시 모여 '인적쇄신 관철' 입장을 밝혔다.

"소장파들의 절차의 적법성은 차치하고 애당(愛黨)하고 대통령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문제제기를 했다고 본다. 하지만 이젠 대통령 결단으로 문제를 처리하는 게 중요하다. 이 시점에서 자기들 의사를 또 표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순수한 목적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 "

- 13일 회견을 앞두고 건의할 내용에 인사쇄신도 들어가 있는가.

"대통령은 시스템 재정비와 함께 인사문제도 기본적인 말씀을 하실 것이다. 사람의 배치는 대통령의 몫이다. 당에서 콩 놓아라 팥 놓아라 하면 안된다. "

- 건의할 시스템 재정비의 구체적 방안은 무엇인가.

"당.정.청와대가 정책뿐 아니라 국정전반을 신속히 파악하고 민심을 적시에 파악하는 유기적 협의체가 필요하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시절의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말하는 건 아니다. "

- 정풍파문 때 '이회창 대세론' 이 강화됐다는 정치권의 시각도 있었다.

"그건 맞지 않다. 우리가 불안하고 갈등을 빚는 것처럼 보이니 지지도가 한때 낮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야당 지지도가 높아진 게 아니다. 우리가 한때 낮아졌을 뿐 저쪽도 낮은 상황이다. "

정리=최훈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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