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애와 기집애가 둘이 마주 보고
쪼그리고 앉아 오줌을 누고 있다
오줌 줄기가 발을 적시는 줄도 모르고
서로 오줌 나오는 구멍을 보며
눈을 껌벅거린다 그래도 바람은 사내애와
기집애 사이 강물소리를 내려놓고 간다
하늘 한켠에는 낮달이 버려져 있고
들찔레 덩굴이 강아지처럼
땅을 헤집고 있는 강변
플라스틱 트럭으로 흙을 나르며 놀던.
- 오규원(1941~)의 '들찔레와 향기'
주관을 배제한 객관적 묘사만으로도 이렇게 아름다운 시 한 편이 된다. 참으로 우스꽝스러우면서도 때묻지 않은 풍경이 아닌가. 시의 배경이 되고 있는 강물소리와 낮달과 들찔레라는 자연의 장치들을 곳곳에 배치해 놓은 것, 계집애를 '기집애' 로 쓴 것은 우연이 아니다.
시인의 철저한 의도가 개입돼 있는 것이다. 제목을 보자. '향기' 라는 말이 있다. 이 시에서 시인이 마음을 슬쩍 드러내고 있는 유일한 말이다. 어째서 이렇게 제목을 붙였을까 하고 궁금해하는 것, 그 마음이 시를 읽는 마음이다.
안도현(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