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산업 경쟁력 높이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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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선진국과 후발국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돼버린 우리 섬유산업이 재도약하려면 기술력과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법밖에 없다. 그러자면 우선 업계의 현안인 구조조정을 빨리 마무리해 어수선한 운동장부터 정비할 것을 전문가들은 권하고 있다.

◇ 업계 구조조정이 우선〓과잉 생산과 노후 설비는 섬유산업 재도약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다. 14개 화섬.면방업체가 현재 워크아웃.화의.법정관리를 밟고 있을 만큼 부실이 심각해 새로운 투자는 엄두도 못내는 실정이다. 사업 통합이나 인수.합병을 통한 구조조정도 절실하지만 지난해 SK케미칼과 삼양사가 섬유부문을 통합, 휴비스를 출범시킨 게 구조조정 성과의 전부다.

섬유업계는 정부가 '업계 자율' 만 외치고 제도적 뒷받침에는 무신경하다고 불만이다. 휴비스 방영균 부사장은 "휴비스 출범 당시 행정 절차가 너무 까다로워 애를 먹었다" 며 "업체간 통합, 인수.합병을 촉진하기 위해 한시적 특별법을 만들고, 공정거래제도도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등 제도 보완을 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 중소기업 기술력 높여야〓중소기업의 기술력은 섬유산업의 풀뿌리다. 이탈리아가 섬유 선진국으로 우뚝 선 것은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수준높은 고유 기술을 가지고 생산공정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기술력을 높이자면 산.학.연 공동연구단지를 조성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 진단.지도 작업도 더 늘려달라는 게 업계의 바람이다.

◇ 패션.디자인 산업 육성해야〓섬유 선진국으로 진입하자면 세계가 인정하는 브랜드가 나와야 한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지금까지 '사치산업' 으로 치부돼온 패션 산업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하며, 적극적인 육성책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90년대 중반부터 한섬.후부(FUBU, 제일모직) 등 일부 국내 브랜드가 해외 전시회.컬렉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수출을 꾀하고 있으나 아직 이탈리아.프랑스 등 선진국과는 비교가 안되는 수준이다.

정부 차원의 홍보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많다. 주상호 한국패션협회 이사는 "국내 패션제품이 대만.홍콩 등 경쟁국보다 우수한 디자인과 품질을 가지고 있으나 유럽 및 미주에서 중국의 값싼 제품과 똑같은 대접을 받는 것은 한국 패션의 이미지가 떨어지기 때문"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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