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국책사업…] 미국 '사업평가원' 에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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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국은 공공사업에 대한 사후평가제도가 사전 조사 못지 않게 발달해 있다. 1960년대 케네디 대통령과 존슨 대통령이 '빈곤과의 전쟁' 을 선포하며 각종 사회복지정책을 잇따라 도입하자 정부 부처들이 그 성과를 평가하기 위한 부서를 앞다퉈 만들었다.

우리의 감사원격인 회계감사원(GAO:General Accounting Office)말고도 13개 부처와 10개 기관에 81개의 사업평가 부서가 생겼다. 그러나 80년대 레이건 행정부가 들어선 뒤 연방정부가 맡아왔던 복지정책을 주정부로 돌려 재정지출을 줄이자 행정부 내 사업평가 부서도 줄었다.

대신 행정부에 대한 의회의 견제가 강화되면서 의회의 요청에 따른 GAO의 사업평가가 크게 늘었다. 의회의 요청이 폭주하자 GAO는 80년 '사업평가원(현재 응용연구 및 방법론실)' 을 설립했다.

GAO는 워싱턴본부와 16개 지부로 구성됐으며, 3천3백여명의 직원이 해마다 1천건 이상의 사업평가서를 의회에 제출한다. 이 보고서들은 국가 안보에 관한 것을 제외하고는 일반에 무료로 공개된다.

GAO가 사업평가에 쓰는 예산은 연간 2억달러에 가깝다. 여기엔 지방정부가 자체적으로 벌이는 사업평가 예산은 빠져 있다. 사업평가가 엄격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행정부는 경제성이 없는 사업이나 정치논리에 의한 사업을 들고 나오기 어렵다. 엉터리 사업을 했다간 혹독한 사업평가가 내려지고, 이를 근거로 의회가 책임을 묻기 때문이다. 캐나다도 70년대부터 미국식 사업평가제도를 도입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고영선 박사는 "대형 국책사업의 실패를 막기 위해선 우리나라도 기획예산처 같은 부처가 중심이 돼 사업평가제도를 도입하고, 일정규모를 넘는 사업은 범정부 차원의 평가계획을 세워야 한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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