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베란다와 옥상이 월드컵 로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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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2002년 월드컵 광주 경기가 누구보다 기다려지는 사람들이 있다.

오는 9월 완공 예정으로 한창 공사 중인 경기장 인근에 사는 아파트 주민들이다.경기장이 가까워 고층에서 무료 관전이 가능하기 때문.

광주시 서구 화정4동 럭키 ·태영 ·우성 아파트 등에 사는 주민들은 벌써부터 세계 최고 수준의 축구를 돈 한푼 안 들이고 관람할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특히 럭키아파트 3 ·5동 1백40가구와 태영아파트 3동 1백50가구 주민들이 큰 행운을 안았다.아파트 옥상에서는 두말할 것 없고 8층 이상에 사는 주민의 경우 베란다에서도 내려다보인다.

직선 거리 2백m의 경기장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조망권을 갖췄기 때문.망원경을 이용하면 선수들의 생생한 움직임까지 살펴볼 수 있다.

태영아파트 3동 13층에 사는 노모(43)씨는 “뒷동에 사는 이들은 물론 다른 곳에 사는 친척들로부터 ‘베란다 예약’이 밀려들고 있다”며 “월드컵이 손꼽아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내년 6월 2,4일 광주에서 열리는 예선전 ·8강전 등 3게임을 다 경기장에 가 관람하자면 1인당 좌석 위치에 따라 24만5천∼60만원이나 든다.

뜻밖의 행운을 안은 아파트 주민들은 운동장에 입장하지 못한 국내외 관람객들에게 아파트를 개방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럭키아파트 3동 대표 문인진(52)씨는 “옥상을 개방하고 베란다 화분 놓기 같은 환경 정비 운동도 펴겠다”고 말했다.

광주=구두훈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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