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투자 공동 정보망 만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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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 세계 최대 구리생산업체인 칠레 코델코사의 추키카마타 광산에서 트럭들이 구리원광을 실어 나르고 있다.[블룸버그 제공]

지난 4월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관심이 높아진 중남미 지역을 재조명하기 위해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한.중남미 협력 포럼'이 이틀간의 일정을 마쳤다. 포럼 둘째 날인 3일에는 업종별 중남미 진출 전략이 활발히 논의됐다. 무역과 투자, 자원 협력방안에 대한 논의 내용을 요약한다.

우리나라와 중남미 간 무역과 투자는 기복은 있지만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와 조만간 성사될 미주개발은행(IDB)가입, 대통령의 남미 3개국(칠레.브라질.아르헨티나) 순방 등은 한.중남미 관계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 수출입 비중 아직 낮아=한국의 총수출이 1억달러를 돌파했던 1964년에 중남미 수출은 불과 30만달러로 전체 수출의 0.3%를 차지할 정도로 미미했다. 이후 ▶중남미 지역의 개혁과 수입 개방▶경제통합체 출범에 따른 투자 확대▶한국 주력 상품의 높아진 경쟁력 등에 힘입어 90년대 대중남미 수출은 연평균 14.1%씩 증가했다. 한국의 총수출에서 중남미 수출이 점유하는 비중도 96년에는 6.9%로 정점에 달했다.

그러나 신흥시장 경제위기, 미국 경제의 침체, 테러 등 국제 분쟁 증가, 역내 경제통합 등으로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수출 비중은 2003년 4.5%까지 하락했다. 2003년 기준으로 1억달러 이상의 수출을 한 상대국은 중남미 33개국 중 14개국에 그쳤다. 특히 중남미 수출의 절반 이상은 멕시코(27.9%).파나마(14.2%).브라질(12.9%) 등 3개국에 집중됐다.

우리나라가 중남미에서 수입하는 물량도 만만치 않다. 1991~2003년에 대중남미 수입 증가율은 한국의 총수입 증가율(9.3%)보다도 높은 10.4%를 기록했다. 한국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기에 들어서면서 원자재 수입이 늘었기 때문이다. 수입품은 농림수산품.광산물.철강금속제품 등 1차 상품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한국의 중남미 국가와의 교역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수출부문에서는 ▶수출 증가세 둔화 ▶완제품 위주의 수출로 인한 관세 부담 증가 ▶저가 중국산과의 차별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 투자는 걸음마 단계=우리나라의 대중남미 해외 직접투자는 20억9600만달러(누적치)다. 우리나라의 총 해외 직접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7%에 불과하다. 아시아(40.9%).북미(28.9%).유럽(16.5%)에 이어 네 번째다. 산업별로 볼 때 중남미 지역은 우리나라의 주요 자원개발 투자 대상지다.

제조업 투자 대상지로서 중남미 지역의 중요도는 매우 낮다. 중남미 지역의 총직접투자 유입(1984~2002년 누적 기준)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0.4%에 불과하다. 이는 중남미 수입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시장점유율 2.5%(2002년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중남미 최대 투자 대상국은 멕시코(2억8370만달러)로 전체 중남미 투자액의 13.5%를 차지했다. 다음은 브라질(2억7780만달러)로 13.3%에 달했다. 그리고 광업투자가 증가하면서 페루가 세번째 투자 대상국으로 급부상했다.

◆ 이런 점 고쳐야=무역협력에서는 무역역조가 심해짐에 따라 점차 지능화하고 있는 중남미 지역의 비관세장벽에 대비해야 한다. 중남미 현지 밀착형 시장조사로 틈새시장을 개척하고, 통상마찰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편중된 수출 상대국과 수출상품 구조를 다변화해야 한다.

투자협력에서는 투자정보관리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중남미 지역 공동 정보망을 구축하고, 통상 환경 변화 시나리오에 바탕을 둔 투자 로드맵을 만들어 대응해야 한다. 또 투자보장협정.이중과세방지협정 등 제도적 인프라, 투자 이민, 청년인력의 중남미 진출 등도 필요하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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