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방미 한승수 외교장관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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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 부시 행정부의 대북(對北)정책 재검토 작업 마무리를 앞두고 5일 미국을 방문하는 한승수(韓昇洙)외교통상부 장관은 요즘 관계자료 검토와 전략적 사고를 다지느라 여념이 없다.

대북관계에서 검증과 엄격한 상호주의를 내세우는 미국 정부 설득과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문제 대처 등 각종 현안에 직면하고 있는 그를 1일 안희창 통일외교팀장이 만나 구상을 들어보았다.

- 우리 정부의 낙관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부시 진영은 대북정책 재검토 과정에서 클린턴 행정부 때와 차별화를 시도해 강경 성향으로 흐를 것이란 우려가 있는데.

"최근 호놀룰루에서 열린 한.미.일 3국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회의를 볼 때 부시 행정부는 클린턴 때와 다른 측면에서 대북정책을 검토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앞으로 재개될 북한과의 대화에서 단계별로 우리와 긴밀한 협의를 할 것이다. 1994년 제네바 합의 때도 우리가 '소외' 됐다는 얘기가 있었으나, 당시 주미대사였던 본인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그렇지 않았다. "

- 부시 행정부 외교안보진영이 갖춰진 뒤 처음으로 외교부장관이 방미하는 것이어서 기대가 큰데.

"콜린 파월 국무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 등 주요 정책 결정인사들을 만나 새 대북정책을 한.미 양국이 효율적으로 추진할 방안을 논의하겠다. 최고 외교당국자간의 신뢰기반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미국 정부도 북.미관계가 남북관계와 조화롭게 발전해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 입장을 듣지 않고 북한과 협상하지는 않을 것이다. "

- 방미 때 미국측으로부터 대북정책 재검토 결과를 통보받을텐데, 혹시 의외의 정책방향이 담길 우려는 없는가.

"TCOG에서 이미 파악된 것 외에 더는 없을 것이다. "

- 미국 내에서 북.미 제네바 핵합의(94년 10월)의 '개선' (improvement)문제가 제기된 것은 핵합의의 수정을 예고하는 것 아닌가.

"기본적으로 제네바 합의에 근거해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게 미측 입장이다. 다만 핵문제나 사찰과 관련해 'improvement' 할 게 있지는 않느냐는 것인데…. 전문가 그룹 등에서는 합의문 수정 얘기가 나오지만 제네바 합의 유지가 미국 정부 입장의 근간이다. "

- 최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평양에서 북측과 16차 협상을 가졌는데.

"IAEA가 북한측과 향후 사찰계획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안다. 구체적 사항은 11일 빈에서 열릴 IAEA이사회에서 공개될 것이다. "

- 북한이 93년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같은 초강경수를 쓸 가능성도 있다고 보는가.

"그렇게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북한은 안전보장과 경제난 극복을 위해 대미 관계개선이 필요한만큼 미국과의 대화에 진지하게 임할 것으로 기대한다. "

- 부시 행정부가 주한미군의 위상이나 지위에 변화를 가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6월 초 종료될 예정이던 국방정책 재검토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해외주둔 미군의 전체 숫자를 줄이는 구조조정이 있겠지만 주한미군 감축은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

- 최근의 동북아 정세와 관련, '민족이 우선이냐' 아니면 '한.미동맹이 우선이냐' 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데 장관의 생각은 무엇인가.

"주변 강국과의 선린관계 유지와 한.미동맹이 외교정책의 두 축이다. 강대국에 둘러싸여 생존과 번영을 추구하는 입장에서는 군사보다 외교력이 중요하다. 앞으로 우리 외교의 근간은 '평화' 가 될 가능성이 크다. "

-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에 대한 정부의 수정요구에 일본측은 아직 반응이 없는데 대응책은 뭔가.

"일본이 많은 분야에서 모범국이지만 교과서만큼은 그렇지 못하다. 일본 내부에서도 이에 대해 여론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 고이즈미 내각이 추진 중인 개혁이 성공해 '잃어버린 10년' 으로 불리는 경제침체에서 벗어난다면 우경화(右傾化)도 수그러질 것으로 본다. "

- 지난달 장관이 중국측에 달라이 라마의 방한에 대해 개방적 자세를 가져달라고 한 것은 그에게 우리 정부가 비자를 내주겠다는 의미인가.

"중국은 달라이 라마를 종교지도자가 아닌 티베트 망명정부의 정치지도자로 보고 우리측에 신중히 처리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측에 '우리 국민들의 희망을 계속 무시하기 힘들다' 고 설명했다. "

정리=이영종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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