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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 출시 앞두고 예약 폭주…영화·출판·게임업계 지각변동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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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애플의 차세대 태블릿 PC ‘아이패드(iPad·사진)’가 다음 달 출시를 앞두고 세계 디지털 콘텐트 시장을 달구고 있다. 예약 판매를 시작한 지난 12일 하루에만 12만 대의 주문이 이뤄지는 등 30만 대 가까이 주문이 들어온 것으로 외신은 전했다. 당초 다음 달 3일(현지시간)로 예정된 미국 등 10여 개국 아이패드 출시일이 12일로 연기된 것조차 ‘주문이 몰려 제품 수급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소문을 낳을 정도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 인터넷판은 27일까지 예약 주문을 완료한 경우에만 다음 달 3일 물건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보도했다.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월 선보인 아이패드는 지구촌 고객과 관련 업계에 스마트폰 ‘아이폰’에 이어 새로운 돌풍을 일으킬 조짐이다. 출판·영화사 등 콘텐트 업계부터 액정화면(LCD) 등 디스플레이 업계에 이르기까지 아이패드가 불러일으킬 산업 연관 효과를 가늠하느라고 촉각을 곤두세운다. KT·SK텔레콤 등 통신업계가 도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그 열기가 국내에도 전해진다. 다만 국내 인터넷망(3세대 이동통신망)에 적합한 모델이 아직 나오지 않았고 600~800달러의 가격대도 비싸다는 중론이어서 국내 출시는 다소 늦을 전망이다.

◆업계 격변 예고=전자책(e-북) 출판시장에서 아이패드는 ‘쓰나미’로 불린다.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아이패드로 당장 3만 권의 무료 전자책 콘텐트를 서비스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전자책 시장의 90%를 장악한 아마존과 미국 최대 서점 체인 반스&노블도 아이패드용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아마존의 전자책 콘텐트는 300만여 건, 반스&노블은 70만 권의 단행본 서적 등 100만 건의 디지털콘텐트를 자랑한다. 하퍼콜린스·맥밀란·펭귄 등 미국 5대 출판사도 아이패드용 콘텐트를 준비하고 있다.

걸음마 단계인 국내 전자책 출판시장도 기대가 크다. 한국전자출판협회의 장기영 사무국장은 “한국 소비자들은 인터넷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데 익숙하다. 아이패드는 그런 정보의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파는 유통 창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협회는 연간 10만 종의 전자책 출간을 목표로 ‘전자책 제작·유통 교육’을 시작했다.

디스플레이 업계도 반기는 분위기다. 아이패드용 9.7인치 LCD에 적합한 IPS 방식의 디스플레이를 생산하는 회사가 LG디스플레이다. 5년간 아이패드용 패널을 공급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도 연 300만 개의 9.7인치 LCD 패널을 3년간 애플에 공급하는 계약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마이크로소프트(MS)·HP 등도 태블릿 PC 출시를 잇따라 추진해 디스플레이 시장은 더욱 활기를 띤다. MS는 최근 노트처럼 양면으로 펼치는 태블릿 PC ‘쿠리어’를, HP는 아이패드처럼 평평한 판 형태의 ‘슬레이트’를 하반기 출시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낙관·비관론 엇갈려=출시 1년 만에 610만 대의 판매 기록을 세운 2007년의 아이폰을 아이패드가 능가할 수 있을지가 업계의 관심사다. 미 뉴욕 타임스가 발간하는 국제판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에 따르면 일부 전문가는 “아이폰은 다른 휴대전화와 경쟁해야 했지만 아이패드는 경쟁 상대가 없다. 전자책을 사려던 이들이 아이패드로 돌아선다면 그 파괴력이 엄청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게 되면 노트북·넷북 등 휴대용 PC나 휴대게임기·개인휴대단말기 등 모바일 전자기기 시장은 타격을 받는다. LG경제연구원은 ‘아이패드가 모바일 세상에 던지는 의미’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아이패드는 기존 PC나 휴대전화와 구분되는 가치와 사용 패턴의 차별화 때문에 주목받는다”고 분석했다.

반면 파장이 미미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다른 전문가들은 “애플이 맥 큐브(컴퓨터)나 애플TV(셋톱박스) 등에서 실패한 경험이 있다. 아이패드는 아이폰이 좀 커진 형태일 뿐 별반 새로울 것이 없다”고 평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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