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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up] 노천 테이블에 마주 앉은 잡스와 슈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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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왼쪽)와 구글의 CEO 에릭 슈밋이 26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의 한 카페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기즈모도(gizmodo.com)]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알 수 없다. 얼마 동안 머물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이 만나는 모습이 담긴 사진 두 장에 정보기술(IT) 업계가 후끈 달아올랐다.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와 구글의 CEO 에릭 슈밋 이야기다. 가까운 동지였던 둘은 최근 스마트폰 사업을 둘러싸고 얼굴을 붉히는 사이가 됐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28일(현지시간) 둘의 만남을 전했다. IT 전문 사이트 기즈모도(http://gizmodo.com)를 인용해서다. 이에 따르면 두 사람은 26일 실리콘 밸리 팰로앨토의 한 카페에서 커피 잔을 앞에 두고 재회했다. 그것도 눈에 쉽게 띄는 노천 테이블에 앉았다. 사람들이 몰려들자 잡스는 “좀 더 조용한 데로 가서 이야기하자”고 제안했고, 둘은 곧 사라졌다.

만남의 증거는 단 두 장의 사진뿐이다. 미 언론과 네티즌은 퍼즐 맞추기에 나섰다. 카페 탁자 위에 놓인 검은 물체가 아이패드 아니냐는 논란까지 나왔다. 이 물건은 카페의 메뉴판으로 밝혀졌다. 그만큼 관심이 컸다는 얘기다.

극적인 화해냐, 갈등 심화냐, 해석은 둘로 나뉜다. 기즈모도에 등장한 미국의 행동분석가 제닌 드라이버의 분석은 갈등 쪽에 무게를 뒀다.

그는 두 사람의 상호 신뢰도가 33%라며 수치까지 제시했다. 사진 속 잡스는 왼쪽 다리를 오른쪽 다리 위로 꼬고 있다. 드라이버는 “잡스가 왼쪽 다리를 꼬는 경우는 인터뷰에 응할 때뿐”이라고 분석했다. 잡스가 슈밋을 사무적으로 대한다는 얘기다. 평소 잡스는 두 다리를 벌리고 앉는다. 구부정한 슈밋의 자세에 대해선 “경찰관에게 둘러싸인 범인의 자세로 슈밋이 잡스를 무서워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때는 ‘애플구(AppleGoo, 애플+구글)’라고 불릴 정도로 친분을 과시했던 그들이었다. 하지만 구글의 스마트폰 사업이 둘 사이를 갈라놨다. 이달 초 애플은 대만의 구글폰 제조사를 특허권 침해 혐의로 제소했다. 이 문제로 서로 등을 돌린 두 사람은 철학이 달라 돌이킬 수 없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많다. 잡스는 저작권 보호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슈밋은 저작권의 공유와 공개를 선호한다. 커피 한 잔으로 풀어 내기엔 둘 사이에 가로막힌 벽이 너무 높은 셈이다. 화해에 기대를 거는 쪽에서 내세우는 근거는 둘이 만난 장소다. 이곳은 구글에서 일했던 요리사가 운영하는 카페다. 잡스가 약속 장소를 정할 때부터 슈밋을 배려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잠깐 으르렁대긴 했으나, 전략적 제휴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두 사람의 공동의 적인 마이크로소프트(MS)를 상대하기 위해서다.

애가 타는 쪽은 잡스다. 아이폰·아이팟은 여전히 구글의 콘텐트를 사용하고 있다. 곧 출시될 아이패드도 구글의 콘텐트가 필요하다. 잡스가 먼저 “좀 더 조용한 데로 가서 이야기하자”고 제안한 것도 이런 필요성에서 나왔다는 분석이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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