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밤새도록 생각해 봤는데 …” 천안함 사태 잠 못 이루는 MB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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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조제프 카빌라 콩고 대통령을 기다리며 생각에 잠겨 있다. [조문규 기자]

천안함 침몰 사태를 맞은 청와대는 초긴장 상태에 빠져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29일 한·콩고 정상회담을 했지만, 신경은 온통 백령도 앞바다에 가 있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앞서 청와대 수석들에게 “당분간 비상체제를 계속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은 “천안함과 관련해 국가위기상황센터로 접수되는 보고를 대통령이 실시간으로 받는 상시점검체계를 갖춰두고 있다”고 했다.

천안함 침몰 이후 이 대통령은 안보관계장관회의를 네 차례 소집했다. 한 가지 문제에 대해 같은 회의가 네 차례나 열린 건 현 정부 들어 처음 있는 일이다. 이 대통령은 회의 때마다 “내가 밤새도록 생각해봤는데…”라며 실종자 구조 가능성과 사고 원인에 대해 질문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대통령이 속사포처럼 질문을 퍼부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이번 사태에 얼마나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지를 실감케 하는 전언이다.

이 대통령은 금요일 밤 사고가 발생하자 장관들에게 ‘집안 단속’을 잘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공직자 기강이 해이해진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산하 기관이 많은 일부 장관에게는 “휘하의 공기업 사장들에게도 통보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외교 라인엔 “주요 20개국(G20) 의장국들에 잘 설명하라”는 당부도 했다고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청와대는 29일 수색대가 천안함 함미(艦尾)에 접근했다는 소식을 접하고서도 한숨을 돌리지 못했다. 생존자가 없을 경우를 염려한 때문이다. 이번 사고의 원인이 북한과 관련된 것이라면 남북 관계 경색을, 우리 내부의 문제라면 군 기강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걱정이다. 어느 쪽이든 곤혹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통령은 함미가 발견됐다는 보고를 받고 나서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하라”며 “생존자가 있다는 희망을 버려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점 의혹이 생기지 않도록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이런 가운데 원인 규명이 늦춰지면서 ‘음모론’이 나오는 것도 이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의 신경을 자극하고 있다. 사고 상황에 대한 국방부와 해양경찰의 설명이 다르다는 보도가 28일 나오자 고위 관계자는 발끈하며 “우리는 숨기는 게 없다. 속을 까뒤집어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북한 기뢰로 인한 침몰 가능성’이 제기되는 데 대해 또 다른 참모는 “왜 북한으로 몰아가려 하느냐”며 “나중에 사실이 아니면 어쩔 거냐”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글=서승욱·남궁욱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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