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이 지역 상점 리모델링 나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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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경대학 인테리어리모델링과 학생 50여 명이 ‘사랑을 파는 가게’ 봉사단을 결성한 뒤 한 자리에 모였다. 뒤에 보이는 ‘더 그린’은 이들이 직접 리모델링한 공간이다. [대경대학 제공]

지난 26일 경산시 자인면 단북리 대경대학 ‘낭만의 동산’.

이 대학 인테리어리모델링과 1∼3학년 50여 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동산에 세워진 쉼터 ‘더 그린’의 외벽을 단장하기 위해서다. 학생들은 5명씩 나뉘어 조립하고 목재를 다듬었다.

“오늘 하루에 끝냅시다. 설계도를 참조해 실수가 없도록 하고….”

과 대표 3학년 김범년(27)씨의 설명을 듣고 학생들이 흩어진다. “뚝딱! 뚝딱!” “쓰윽∼ 쓰윽∼”

현장에선 여학생도 예외가 없었다. 여학생 둘이 굵직한 목재를 둘러 메고 옮긴 뒤 전기 톱날로 문양을 만들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긴 나무는 의자가 되고 탁자로 탈바꿈했다. 몇몇은 빛이 바랜 페인트를 벗기고 은은한 색으로 지붕을 색칠했다.

두 달 전 이들은 폐쇄된 이곳의 허름한 분식점을 다시 설계하고 손질해 새 옷으로 갈아입혔다. 실내 환경도 확 바꾸었다. ‘더 그린’이라는 새로운 간판도 직접 디자인해 걸었다. 그때부터 이곳은 캠퍼스의 명소로 변신했다. 이곳뿐이 아니다. 캠퍼스 안에는 ‘42번가 레스토랑’ 등 인테리어모델링과 학생들의 손을 거쳐 내외부를 바꾼 공간이 여러 군데다.

학생들은 이날 쉼터 단장을 마친 뒤 어두워질 무렵 학과장 이주영(46) 교수와 함께 ‘사랑을 파는 가게’라는 봉사단을 발족시켰다.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캠퍼스를 벗어나 지역 상점을 리모델링하기로 뜻을 모은 것이다. 인테리어리모델링과는 학생·교수는 물론 졸업생도 이 봉사에 동참하기로 했다.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인원은 벌써 60명 확보했다.

봉사단은 올해 지역의 상점 10곳을 선정해 새 단장을 한 뒤 ‘사랑을 파는 가게’라는 간판을 차례로 붙여 나간다. 이번 봉사는 16∼66㎡(5∼20평) 크기의 소규모 상점(미용실·분식점·휴게소·카페·매장 등)을 대상으로 하며, 프랜차이즈 사업장은 제외된다. 리모델링 공사에 필요한 재료비는 전액 대학 측이 부담한다. 상점 한 곳에 1000만원 정도를 잡고 있다. 올해 목표로 잡은 10곳을 리모델링하면 재료비만 1억원이 들어간다.

봉사단은 그래서 불황 극복이 시급한 상점을 우선적으로 리모델링하기로 했다. 또 주인이 상점을 개조하면 경제적으로 나아질 수 있는 곳인 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선정된 상점은 학생과 교수가 5월부터 리모델링에 들어간다. 학생들은 전기, 벽면, 조명, 실내외 목공사, 집기 디스플레이 등 일반 인테리어 공사와 똑같이 진행한다. 졸업생은 설계를 맡는다. 3학년 배기태(27)씨는 “선후배·교수님과 같이 봉사한다는 사실 자체가 소중한 경험이 될 것같다”고 말했다.

공사 기간은 상점 한 곳에 3∼10일을 예상하고 있다. 인테리어리모델링과 권태호(52) 교수는 “상점의 실내외 분위기를 바꾸는 건 물론 고객 유치 방법과 메뉴 개발 등 경영 컨설팅까지 곁들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청은 30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대학 인터넷 홈페이지(www.tk.ac.kr)를 통해 할 수 있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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