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참에 직불카드로 바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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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직불카드는 그동안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아온 천덕꾸러기였다. 매년 이용금액은 줄고, 가맹점 수도 제자리걸음을 했다. 이런 직불카드가 최근 유통가에 새롭게 떠오른 주인공이 됐다. 이마트가 신용카드를 대체할 결제수단으로 먼지를 둘러쓴 직불카드를 꺼내들면서부터다.

1일 이마트는 전국 70개 점포에서 직불카드 결제를 시작했다. 첫날 전체 결제금액의 4%(4억8800만원)였고, 이틀째인 2일에는 5%(6억5625만원)로 늘었다. 신세계 이마트 관계자는 "초기 반응이 예상보다 좋다"면서 "사용량이 조금씩 늘어 결제 비중이 50%를 넘으면 신용카드는 사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자신감을 표시했다.

?직불카드 자리 잡을까=카드회사와 수수료 분쟁을 빚고 있는 이마트는 직불카드 확산에 승부수를 던졌다. 다양한 직불카드 사용 권장 이벤트로 일단 소비자의 눈길을 끄는 데는 성공했다. 제휴은행인 신한은행.우리은행 직불카드의 경우 무조건 사용금액의 1%를 OK 캐시백으로 적립해주고, 다른 전국 모든 은행의 직불카드는 0.5%를 적립해준다. 이밖에도 이달 말까지 5만원어치 이상을 직불카드로 처음 사는 사람에게는 5000원짜리 상품권을 주고, 신한.우리은행과 함께 10명에게 1000만원짜리 통장을 주는 행사를 하고 있다.

이마트 김순복 부사장은 "저금리 시대에 연 6~12% 수준의 금리 혜택을 준다면 소비자들이 직불카드를 선택할 것"이라며 "미국에서도 2001년부터 직불카드가 신용카드보다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재 금융권에서 직불카드의 위치는 열악하다. 지난해 직불카드의 결제금액은 600억원. 신용카드 결제금액(241조)에 비하면 0.02%에 해당하는 미미한 금액이다.

<그래프 참조>

그래서 이마트를 제외한 다른 할인점.백화점 등은 직불카드 효과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표정이다. 다만 이마트가 성공한다면 직불카드는 빠른 속도로 확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 패턴도 변화하나=직불카드는 '플라스틱 현금'이다. 자기 은행 계좌에 있는 금액 안에서만 사용할 수 있고, 사용하는 즉시 계좌에서 유통점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현금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점에서 직불카드 구매객은 현금 구매객의 소비 패턴과 같을 것으로 유통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유통업계는 현금 구매객 수가 많아지면 한 사람당 물건을 사는 금액이 줄어든다고 분석한다. 이마트가 비씨카드 사용을 중단한 이후 객단가의 변화는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마트는 모든 신용카드를 다 받던 6월 객단가는 6만2300원이었던 데 비해 비씨카드 사용을 중단한 10월에는 5만9900원으로 줄었다. 이에 비해 모든 신용카드를 받고 있는 홈플러스의 객단가는 6월(4만2719원)보다 10월(4만3943원)에 더 늘어났다.

한양대 경영학부 예종석 교수는 "직불카드는 합리적인 소비를 하도록 하는 데 일정한 효과가 있다"면서 "할인점과 신용카드사와의 분쟁으로 직불카드 도입 단계에 1%의 마일리지 적립제도를 이끌어낸 것은 소비자가 거래비용을 되찾아오는 셈이어서 소비자 입장에선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양선희 기자

<직불카드의 장·단점>

◆ 장점

▶가맹점

-수수료 1~2%로 신용카드보다 낮음

-거래와 동시에 이체돼 자금흐름 원활

-관리비용 절감

-분실이나 도난카드 취급 위험성 없음

▶소비자

-신용불량.소비자파산 문제 방지

-연말 소득공제 혜택(20%)-현금.수표 소지에 따른 위험 감소

-분실해도 다른 사람 부정사용 위험 낮음

◆ 단점

-가맹점 수가 적어 사용범위가 좁음

-가맹점 할인 등 신용카드보다 혜택 범위 작음

-온라인 이용시간 제한(오전 8시~오후 11시30분)

-결제금액 제한(1회 50만원, 하루 1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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