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초·재선 14인 한밤 격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그동안 초선과 재선 의원별로 따로따로 진행되던 민주당의 정풍운동이 하나의 흐름으로 합쳐졌다. 29일 마포 거구장에 모인 의원들은 신기남(辛基南)의원을 통해 "여권 수뇌부의 전면적 쇄신" 을 촉구했다.

이날 오후 11시 당사로 찾아와 기자들에게 회동 내용을 밝힌 辛의원은 "김대중 대통령과 국민의 정부가 IMF극복과 남북 정상회담, 노벨 평화상 수상 등 위대한 성과를 거뒀지만 민심이반의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이 안타깝고 이를 돌파하려면 여권 수뇌부의 전면쇄신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의 일치를 봤다" 고 말했다.

辛의원은 "전면적 쇄신의 구체적인 내용이 뭐냐" 는 질문에는 "31일로 예정된 의원 워크숍 때 보다 정확한 입장을 밝힐 것" 이라고만 말했다. 하지만 이날 모임에서는 "민주당.자민련.민국당의 3당 연합도 어색하고 잘못됐다" 는 말이 나왔다고 또다른 참석자가 전했다. 모임에서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은 '여권 쇄신의 범위와 수준' 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걸(李鍾杰)의원은 "지난해 9월의 13인의 반란(서영훈 대표체제 교체)이 그냥 봉합되면서 문제가 시작된 것이고 그 때 제대로 쇄신책이 나왔어야 한다" 면서 "그 후 경찰청장 인사, 4.26 재보선 참패, 법무장관 인선 실패로 이어졌다" 고 주장했다.

이재정(李在禎)의원은 "여권 수뇌부 쇄신이란 국정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여권 수뇌부의 쇄신을 의미하는데 꼭 사람을 교체하란 얘기는 아니다. 일하는 구도.방법까지 바꿔야 한다" 고 주장했다. 李의원은 그러나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 전 최고위원이나 청와대 한광옥 비서실장, 김중권대표 등 구체적인 이름은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 고 말했다. 그래서 모임 결과에 대한 설명에는 '여권 수뇌부 쇄신' 으로만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론 과정에서는 강경론과 신중론이 엇갈렸다. 범동교동계의 정동채(鄭東采)의원은 "국민의 정부와 김대중 대통령을 성공하게 만들어야 한다. 당 총재인 대통령에게 반기를 드는 모습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면서 무작정의 집단행동에 대한 자제를 촉구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와 청와대 비서진을 포함한 여권 전체의 전면적인 인사요구도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천정배(千正培)의원은 "우리가 문제를 제기했고 30일 오전 김중권 대표가 주재하는 최고위원회의가 열리는 만큼 이를 관망하겠다" 고 말했다. 정장선(鄭長善)의원은 "소장파 논의를 거쳐 31일 워크숍에서 쇄신의 구체적 대상을 거론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 이라고 말했다.

김종혁.최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