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 중립 선언' 할 필요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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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새로 출범한 신승남(愼承男)검찰총장 체제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이 예사롭지 않다. 그것은 신임 愼검찰총장이 전례없이 2년 전 이미 차기 총장으로 사실상 결정된 상태여서 그에게 거는 기대가 남달랐기 때문일 것이다.

그중 대한변협(회장 鄭在憲)이 신임 총장에게 보낸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한 검찰의 위상정립을 바라면서' 라는 제목의 서한이 특히 눈길을 끈다. 대한변협은 이 서한에서 검찰은 지금까지 정치적 외풍의 영향없이 엄정.공정한 검찰권 행사를 했는지 자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새 검찰총장은 검찰권 행사에 있어 정치권력에 영합하지 않고 어떤 정치세력으로부터도 과감히 탈피함으로써 임기 동안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도록 요구했다. 변협이 검찰총장 취임에 맞춰 서한을 보낸 것도 이례적이거니와 소홀히 할 수 없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가볍게 넘겨서는 안될 것이다.

그러나 愼검찰총장 본인은 웬일인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나 검찰권 독립 문제에 관해서는 지금껏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취임사에서는 원칙과 정도(正道)에 따른 검찰권 행사, 친절하고 정직한 검찰, 겸허한 마음가짐을 강조하고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예고했을 뿐이다.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도 "수사 문제에 대해 정치권 또는 시민.사회단체, 각종 이익단체 등이 검찰을 항의방문하고 성명을 내는 수사간섭.방해 행위로부터 검사들을 보호하겠다" 고 밝혔지만 이는 검찰권 독립에 대한 의지 표명과는 거리가 멀다.

아울러 31일자로 단행된 검찰 고위간부 인사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게 중론이다. 특정 지역 편중이나 억지 지역 안배, 능력보다 지연.학연에 얽매인 현상이 종전보다 나아진 게 없다는 것이다.

지금 검찰의 위기는 검찰권 독립이나 정치적 중립 훼손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신임 검찰총장이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다. 지금이라도 愼총장은 검찰권 독립과 정치적 중립을 선언하고 실천에 앞장설 것을 국민 앞에 약속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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