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히드 탄핵의회 소집 앞두고 치안 특별조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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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압두라만 와히드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28일 대통령 탄핵의 막바지 절차인 의회(DPR)의 특별총회 소집 여부 결정(30일)을 앞두고 안보장관에게 치안 회복을 위한 특별조치를 취할 것을 명령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와히드는 이 조치가 계엄령인지 아니면 이보다 한 단계 아래인 비상사태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성명 발표에 앞서 이날 오전 자카르타 정가에는 와히드가 의회를 해산할 수 있는 비상사태를 선포할 것이란 소문이 파다했다. 이에 따라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부통령과 수실로 밤방 유드호요노 안보장관, 위도도 군 참모총장, 비만토로 경찰총장이 부통령 집무실에서 긴급회동을 하기도 했다.

◇ 모호한 특별조치=와히드는 25일 의회 제1당인 민주투쟁당을 이끌고 있는 메가와티에게 권력분점안을 제시해 탄핵위기를 모면하려고 했으나 거부당했다. "이미 와히드에게 여러 차례 속았다" 는 점이 가장 큰 이유였다. 게다가 메가와티로선 헌법을 위반하는 이 제안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는 지적이다.

결국 와히드는 탄핵절차를 중단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의회 해산을 위해 계엄령 또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겠다고 줄곧 반대파를 위협했다. 하지만 비상사태의 손발 역할을 해야 할 수실로 안보장관이 "비상사태 선포를 지지할 수 없다" 고 거부 의사를 밝혀 와히드를 난처하게 만들었다. 이 와중에 와히드는 알쏭달쏭한 특별조치 카드를 빼든 것이다.

◇ 배경.전망=와히드의 이번 명령은 의회 제1당을 이끄는 메가와티와의 마지막 정치적 타협을 위한 것이다. 이런 와중에 이날 인도네시아 법무부는 "와히드 대통령이 두개의 금융스캔들에 연루됐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고 밝혔다고 AFP 통신은 보도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약 4백만달러의 조달청 공금 횡령에 와히드가 관계됐다는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수사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며 브루나이 국왕의 기부금 2백만달러 증발사건은 여전히 의혹이 있다고 전했다.

법무부가 와히드 대통령 연루 증거를 찾아내지 못함에 따라 인도네시아 정국은 의회 특별총회 소집 여부를 결정하는 30일까지 혼란 속에 물밑 암투가 계속될 전망이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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