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총선, 친미 집권당 패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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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총선에서 승리한 이야드 알라위 전 총리가 27일 개표 결과 발표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알라위는 민족주의 성향의 정당연합체 ‘이라키야’를 이끌고 있다. [바그다드 로이터=연합뉴스]

이라크 총선에서 이야드 알라위(65) 전 총리가 이끄는 민족주의 성향의 정치세력 ‘이라키야’가 원내 제1당으로 부상했다. 누리 알말리키(60) 총리가 주도하는 친미 성향의 시아파 정당 연합체 ‘법치국가연합’은 집권 연장에 필요한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알라위 전 총리가 의회 선출(6월 예정)을 거쳐 다시 총리직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라크에서는 다수당이 총리 지명권을 갖는다.

하지만 이라키야는 의석수가 총리 인준에 필요한 과반에 크게 못 미쳐 정권 교체를 위해서는 다른 정치세력과 제휴해야 한다.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할 경우 총리 지명권이 다른 정치세력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알라위 전 총리는 총선 결과 발표 뒤 “모든 정파에 협상의 문을 열어 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종파를 초월한 정치’를 외치며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 측에 가담했던 수니파 정치인들과도 연대해 총선을 치렀다.

이번 선거에서 반미 강경 시아파 성직자인 무크타다 알사드르(36)가 참여한 ‘이라크국민연맹’이 전체 의석의 20% 이상을 차지하며 이라크 정치의 주요 변수가 됐다. 그는 미군의 즉각적 철수를 주장하고 있다. 미국은 올해 8월에 전투병을 철수시킨 뒤 내년 말까지 모든 병력을 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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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세력의 패배=지난 7일 실시된 총선 개표 결과는 약 3주 만인 27일(현지시간) 발표됐다. 집권세력인 법치국가연합은 전체 325석 중 89석을 차지했다. 반면 수니파와 세속적 시아파의 연합 정당인 이라키야는 2석이 많은 91석을 얻어 내각 구성과 총리 지명 권한을 가지게 됐다. 이라크국민연맹은 70석, 쿠르드족의 정치연합체인 쿠르드연맹은 43석을 확보했다.

알말리키 총리는 “선거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재검표를 요구하는 소송을 내겠다고 밝혔다.

◆불안한 미래= 28일 서부 안바르에선 알라위 전 총리의 이라키야 소속 당원을 노린 폭탄 테러가 일어나 당원을 포함한 6명이 숨졌다. 26일엔 중부 케르발라에 있는 이라키야 건물에 방화가 발생하는 등 총선 후유증이 잇따르고 있다.

한편 알말리키 총리는 선거 결과 발표 전날인 26일 이라크 대법원에 총리 지명권을 규정한 헌법 조항에 대한 유권해석을 의뢰해 기존 해석과 다른 답변을 얻었다. 총선 때의 다수당이 아니라 의회 선출 때의 다수당이 총리 지명권을 갖는다는 것이다. 이 해석이 효력을 발휘하면 알말리키 총리가 6월 의회 개원 전까지 이라크국민연맹 등과 통합하는 정계 개편을 통해 집권을 연장할 수 있다. 알말리키 총리가 이 방법으로 선거 결과 뒤집기를 시도할 경우 이라키야 측과 물리적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파리=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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