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끼 읽끼] 수준별 읽기 지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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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우리 학습지는 30년 전부터 이미 수준별 교과과정을 실시했습니다' 라는 광고 문구가 이따금 눈에 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30년 전에는 지금과 같은 의미의 수준별 교과과정이 없었다.

이러한 광고는 수준별 교과과정이 성적에 따라 학생을 구분하는 교육쯤으로 오해하게 만들 수도 있다.

제7차 수준별 교과과정의 기본 철학은 학습자 중심이다. 교육 수요자인 학생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하겠다는 게 그 취지다. 30년 전 학습지 교수 모형인 반복학습 위주의 단계별 학습과는 거리가 멀다.

미국의 언어교육학자 켄 굿맨은 언어 사용이 불가능한 쥐.비둘기를 실험대상으로 해 만든 반복학습과 수업 모형을 어린이들에게 적용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한다.

30년 전 단계별 학습 전략에서 쓰인 '수준별' 이라는 의미는 현재와는 사뭇 다르다.

읽기 교육을 예로 들어 보자. 같은 초등학교 1학년이라도 학생마다 읽기 능력이 다르다. 따라서 개인 수준에 맞는 독서 전략을 세워 지도하는 게 수준별 교과과정 정신이다.

가령 '신문-활용-교육은' 을 '신-문활-용교-육은' 이라고 읽는 학생, 즉 글자를 '해독' 해야 하는 아이에게는 '어구 나누어 읽기' 를 가르친다.

또 내용은 이해하지만 사실 정보 정도만 학습이 가능하다면 읽는 도중 예측 질문을 던져 사고를 활성화하는 방법(DRTA)을 활용한다. 읽고도 내용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면 스스로 질문을 만들어 생각하며 읽는 방법(SQ3R)으로 지도한다.

이와 같이 개인의 눈높이에 맞춰 다양한 방법으로 읽기 능력이 향상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게 진정한 수준별 읽기 교육 정신이다.

<활동중심언어교육연구소장>

◇ 칼럼의 제목 '책끼읽끼' (http://www.readingcatch.com)는 중앙일보와 활동중심언어연구소가 공동 개발한 유아부터 초등학생까지의 조기 독서 프로그램입니다. 구독 및 독서 상담 02-379-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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