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판 '삼풍'…예식장 붕괴 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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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폭탄 테러와 보복 공습으로 폭발음이 끊이지 않는 이스라엘에서 피로연이 한창이던 결혼식장이 붕괴해 수십명이 숨지는 참변이 일어났다.

서예루살렘 지역의 베르사유 예식장 3층에서 갓난 아기를 안고 흥겹게 춤을 추던 한 축하객이 신랑의 아버지가 갑자기 사라지는 것을 본 것은 24일 오후 11시쯤(현지시간). 갑자기 예식장 복판의 바닥이 갈라지며 7백명의 하객 대부분이 탁자.의자 등 집기와 함께 1층까지 추락했고 예식장 건물은 순식간에 자욱한 먼지로 뒤덮였다.

신랑측 하객인 사라 피나스는 "흥에 겨워 춤추는 신랑의 아버지를 지켜보고 있는데 굉음이 들리면서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벽에 난 구멍으로 간신히 기어 빠져나와 보니 1층 곳곳에서 사람의 손과 발이 콘크리트 더미 사이로 비어져나와 있었다" 고 참상의 순간을 전했다.

이날 사고로 지금까지 모두 23명이 숨지고 3백여명이 부상했다. 군부대까지 투입돼 구조대원들이 콘크리트 잔해 속에 묻힌 사람들을 찾고 있지만 25일 오전까지 수십명이 실종 중이어서 사상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사고가 나자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의 폭탄테러를 의심했으나 조사 결과 건물의 구조상 결함 때문에 3층 바닥이 내려앉았고 그 여파로 2층 천장이 무너진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직전 결혼식을 마친 신랑 아시 스로르는 가벼운 부상만 입었으나 신부 케렌은 가슴과 엉덩이를 크게 다쳐 수술을 받았다. 가장 먼저 추락한 신랑의 아버지는 밖으로 빠져나오는 데 성공했다. 이스라엘 경찰은 15년 된 이 건물이 부실한 자재들로 지어진 것으로 보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1992년에도 한 카페가 무너져 23명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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