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골랐어요] 어린이 위한 명화 소개 책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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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그림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습니다. 이것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신문들도 화랑가 소식을 주마다 싣고, 아이들과 함께 화랑 나들이 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 한국전-인상파와 근대 미술전' 을 본 30여만 관람객 가운데 상당수는 어린이 입장객이었다는 흥미로운 소식도 들리네요.

이런 현상은 어린이용 명화 관련 책을 찾는 수요가 늘어나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있는 법! 벌써 이와 관련된 책들이 속속 나오고 있어요.

눈에 띄는 책들로는 『그림으로 만난 세계의 미술가들』(아이세움),『어린이 미술관』(푸른숲),'내가 처음 만난 예술가' (길벗어린이)같은 시리즈물과 앤서니 브라운이 명화를 패러디한 『미술관에 간 윌리』(웅진닷컴)나 풍부한 자료와 설명으로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세계 미술사 박물관』(사계절)이 있지요. 저는 이런 현상을 긍정적으로 봅니다. 그 까닭을 설명할 게요.

화랑에서 그림을 볼 때 가끔 '저걸 그림책에 응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왜냐하면 외국 그림책 작가들 역시 유명 화가들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죠.

『Smoky Night(연기 자욱한 밤)』을 보는 순간 떠오르는 화가가 두 명 있어요. 루오와 레제가 그들인데, 이 책의 그림은 루오 그림의 특징인 굵고 검은 선을 응용했을 것이란 확신이 들게 했습니다.

얼굴은 대번 레제의 그림을 떠올리게 했구요. 또, 아직 우리나라에는 출판되지 않은『The Paper Boy』의 22-23쪽 그림은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을,『푸른 개』(파랑새어린이)의 한 장면은 왠지 낯이 익다 했더니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 을 참조해 그렸다고 합니다.

우리 그림책에서도 이런 경우를 볼 수 있어요. 민화에서 본 듯한 동물이 나오는 그림책이 여럿 있지요.

그 가운데 『열두띠 까꿍 놀이』(보림)에서 나오는 강아지는 요즘 찾아보기 힘든 생김새이지만 이암(李巖)의 '모견도(母犬圖)' 와 '화조구자도(花鳥狗子圖)' 에서 그 혈통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굳이 이런 예가 아니더라도 아이들에게 좋은 그림(또는 그림책)을 보여주려는 노력은 나중에 훌륭한 그림책 작가를 배출하는 데 밑거름이 돼줄 것입니다. 어려서부터 좋은 그림을 즐겨 보았던 경험은 알게 모르게 영향을 줄 테니까요.

그래서 머지 않은 날에는 우리의 풍부한 예술성이 마음껏 발휘된 아름다운 창작그림책을 많이 보게 되겠지요.

허은순 애기똥풀의 집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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