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반 컬렉션] '로미오와 줄리엣'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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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프랑스 작곡가 엑토르 베를리오즈(1803~69)는 24세 때 영국 셰익스피어 극단의 파리 공연에 출연한 프리마 돈나 해리엣 스미슨과 사랑에 빠졌다. '환상교향곡' (1830)과 '로미오와 줄리엣' (1839)은 스미슨과의 만남에서 탄생한 음악이다.

베를리오즈는 이탈리아에서 벨리니의 오페라 '캐퓰릿가와 몬테규가' 를 접한 후 극도의 실망감에 빠졌다. 이 오페라에는 셰익스피어 특유의 분위기가 결여돼 있다고 판단했다. 교향곡 '로미오와 줄리엣' 에 착수한 것도 이 때문이다.

차이코프스키(환상적 서곡).프로코피예프(발레음악).구노.벨리니(오페라).번스타인(뮤지컬) 등 수많은 작곡가들이 '로미오와 줄리엣' 의 음악화에 도전했지만 교향곡은 베를리오즈의 작품이 유일하다.

1시간40분짜리 7악장 규모로 메조소프라노.테너.베이스 독창과 혼성합창을 곁들인 이 곡은 콘서트 형식의 오페라를 방불케 한다. 실제 무대에서도 합창단은 캐퓰릿가와 몬테규가 사람들로 나뉘어 좌우에 배치된다. 교향곡에 성악을 곁들인 '합창교향곡' 인 동시에 오페라와 교향곡의 요소를 결합시킨 '드라마틱 교향곡' 이다.

'사랑의 정경' 은 많은 오페라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의 2중창' 으로 처리되던 부분을 관현악으로 묘사했다. 발췌곡으로도 연주되며 1968년엔 키로프 발레단의 예술감독 이고르 체르니코프가 이 음악으로 2인무를 안무했다.

발레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스케르초 악장 '꿈의 요정' , 합창이 곁들여진 '줄리엣의 장송행진곡' 등 귀기울여 들어볼 대목도 많다. 콜린 데이비스와 빈필하모닉.바이에른 방송합창단의 녹음(필립스)은 극적인 순간들을 잘 포착해낸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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