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한 환자 위암수술 '의사하기 나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3면

외과의사들에게 뚱뚱한 환자들은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지방층이 두꺼워 환부에 접근하기 어려운 데다 출혈이 쉽고, 수술 후 염증도 잘 생기기 때문이다.

암환자의 경우엔 외과의사들이 뚱뚱한 환자를 꺼리는 또 한가지 이유가 있다. 지방 때문에 암세포가 전이될 가능성이 있는 림프절을 충분히 떼어내지 못한다는 것.

따라서 비만환자에 대한 수술결과가 마른 사람에 비해 나쁘다는 것이 지금까지 세계 의학계의 정설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을 바꿔야 할 것 같다.

연세대 의대 일반외과 노성훈(사진)교수팀(이준호.형우진)은 이달 초 미국에서 열린 4차 국제위암학회에서 '비만이 위암 수술환자의 장기 생존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는 논문을 발표, 최우수논문에 주는 포스터상을 수상할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조사 대상자는 세브란스병원 외과에서 위암수술을 받은 환자들로 체질량지수 25㎏(체중)/(키)㎡ 이상의 비만군과 20~25㎏/㎡의 정상군이었다. 환자수는 비만군 3백35명, 정상군 1천2백62명.

결과는 체질량지수가 증가할수록 잘라낸 림프절의 개수는 다소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지만 수술시간이나 수혈빈도.합병증 발생에는 별 차이가 없었고, 1단계부터 4단계에 이르는 병기별 환자 생존율에서도 양 집단간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이할 만한 사실은 수술 후 5년 생존율이 외국의 평균치보다 높다는 것. 이번 수술 결과에서도 세브란스병원은 위암수술 생존율이 1기 92.4%, 2기 74.5%, 3기 50.8%, 4기 14.7%로 서구보다 병기별로 10~15% 높았다.

노교수는 "비만환자 수술은 비만 자체보다 외과의사의 경험이나 숙련도가 치료성적에 더 많은 영향을 준다" 고 말했다.

고종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