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투자사 한국계직원 e-메일 국제망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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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한미은행의 대주주인 미국계 투자회사 칼라일그룹의 한국 사무소 직원이 서울의 호화로운 향락생활을 자랑한 e-메일 때문에 사직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 사실이 국제금융계에 퍼지면서 한국 금융계가 망신을 당하고 있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국제경제 뉴스 전문 통신인 다우존스는 22일 칼라일그룹 한국 사무소의 한국계 직원 C씨가 지난 15일 11명의 친구들에게 '왕처럼 살고 있소(Living like a King)' 라는 제목으로 한국에서 향응을 받으며 호사스럽게 살고 있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낸 것이 말썽나 지난 15일 사표를 냈다고 보도했다.

C씨는 이 메일에서 "한국의 여러 은행 간부들에게서 매일 술 접대.골프 접대를 받고 있다" 며 "거의 매일 밤 한국 여성들에게서 전화가 걸려오고 밤을 같이 지내자는 제의를 받았다" 고 자신의 화려한 여성편력까지 떠벌렸다는 것.

문제의 메일은 먼저 그의 전 직장인 메릴린치 증권사를 포함한 월스트리트 금융가에 퍼진 뒤 세계 전역의 투자은행, 증권사 직원들에게로 확산됐으며 급기야 칼라일그룹 워싱턴 본사에까지 알려져 들통났다.

C씨는 1999년 7월부터 올 4월까지 메릴린치 증권사에서 일하다 칼라일그룹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이번 소동으로 칼라일그룹에 들어온 지 2주 만에 도중하차했다.

칼라일그룹에는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 존 메이저 전 영국 총리를 포함해 워싱턴의 실력자들이 고문이나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칼라일그룹의 한국 사무소는 박태준 전 총리의 사위인 김병주씨가 회장을 맡고 있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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