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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10대산업 키우자] 4. 전자상거래가 미래시장 좌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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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전자상거래는 한국경제의 과제이자 가능성이다. 전세계적으로 기술 및 시장규모가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가 전자상거래다. 성장속도와 잠재력이 엄청나 21세기 경제강국으로 가는 진입로로도 꼽힌다. 한국은 미국 등 전자상거래 선진국을 2~3년의 격차를 두고 뒤쫓고 있다.

길다면 긴 시간 격차다. 그러나 다른 산업에 비하면 시차가 짧은 편이다. 전자상거래에 뛰어드는 수많은 기업이 이런 가능성에 투자하고 있다. 잘만 하면 선진국으로의 월반(越班)을 가져다 줄 전자상거래의 현황과 전망, 육성 방안을 진단한다.

휴지.식료품 등을 인터넷으로 주문 배달해주는 서비스로 주목받았던 미국 온라인 잡화상 '피포드(http://www.peapod.com)' 는 지난해 한 오프라인 유통업체에 팔렸다. 마진율이 2%에 불과한 데 포장.배달비용은 건당 40달러에 달해 적자를 견뎌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개인간 경매를 중개하는 인터넷 업체 이베이(http://www.ebay.com)는 지난해 4천8백만달러의 순이익을 냈다. 직접 물건을 팔거나 배달하는 서비스가 아닌 만큼 물류.구매 비용 등이 전혀 들지 않은 덕이다.

전자상거래 시장은 이처럼 명암이 뚜렷이 갈리고 있다. 하루에도 수많은 회사가 명멸한다. 전자상거래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이익을 내는 업체는 적은 반면 무수한 업체들이 도산해 전자상거래 회의론이 번지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엔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다. 업체들이 그동안 고전한 것은 인터넷을 비즈니스에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했기 때문일 뿐 '전자상거래 시장은 이제 시작' 이란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 인터넷 마케팅 업체인 액티브미디어(http://www.activemedia.com)는 지난해 1백만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한 미국 전자상거래 업체 중 수익을 낸 곳은 39% 정도이며, 앞으로 1년 안에는 64%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마케팅업체인 IDC(http://www.idc.com)는 전자상거래 이용자가 지난해 3억2천만명에서 2003년께에는 약 6억명(인터넷 사용자의 38%)으로 늘어나 시장이 1조6천4백억달러 수준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 경쟁력을 단숨에 개선〓전문가들이 전자상거래에 주목하는 기본적인 이유는 선진국에 비해 뒤떨어진 물류.무역.금융 등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단숨에 끌어올릴 수 있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이 B2B(기업간 전자상거래)를 전면 도입할 경우 ▶전자 30~35%▶유통 31~33%▶자동차 28~31%의 비용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 분석하고 있다.

또 선진국에 비해 1.5배 가량 되는 물류비(국내총생산의 16%)가 크게 줄고, 전자금융의 확산으로 불투명한 거래관행도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로 LG화학은 지난해 3월부터 구매를 온라인화해서 구매단가를 최고 15%까지 낮췄다.

중간판매상을 거치지 않고 구매부서의 업무를 크게 줄였기 때문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절감한 구매비용은 8백50억원으로 이 회사 당기순이익(3천2백억원)의 25%를 넘어섰다.

산업자원부는 전자상거래가 활성화하면 거래비용을 떨어뜨려 연평균 0.2~0.4%의 물가 하락효과도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인프라 확충이 관건〓국내 인터넷 이용자 수는 이미 지난해 1천5백만명을 넘어섰으나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위한 사회적.제도적 인프라는 아직 부족한 편이다.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위해선 ▶부품 표준화▶동종기업간의 협력 등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국내 업계는 경쟁사끼리 기본적인 부품을 공유하는 일조차 거의 없을 정도로 부품 조달체계가 폐쇄적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연승 선임연구원은 "전자상거래에서는 거래규모가 커질수록 중간단계 비용이 줄어들어 물건을 사고 파는 업체나 전자상거래회사의 수익이 커지는 '수확체증 효과' 가 나타나야 한다" 며 "국내에서조차 협력이 안되고 물량이 갈리면 이런 효과를 거둘 수 없으며, 해외 업체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고 지적했다.

전자상거래는 거래실적을 투명하게 노출시켜 탈세 소지를 근원적으로 차단한다. 따라서 전자상거래를 통한 매출은 부가가치세 등 세금을 낮춰주는 제도적 지원도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익재 기자

도움=정연승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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