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중단 도올 김용옥 스승찾아 머리 식힐 예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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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방송중단을 선언한 도올 김용옥씨는 21일 오전 8시20분 항공편으로 일본 후쿠오카로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도올서원측에 따르면 金씨는 한달 정도 구체적 계획 없이 미국 등을 돌며 옛 스승도 찾아보고 머리를 식힐 예정이라고 한다.

갑자기 사퇴서를 받아든 KBS측은 "도올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본 뒤 최종 결정을 내릴 계획" 이라고 표명했다. 금요일 방영분까지는 아직 시간 여유가 있어 2~3일 더 지켜본 뒤 결정을 내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 여러분께 아룁니다' 라는 거창한 제목의 사퇴서를 언론에 돌린 金씨가 마음을 바꿀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방송 사퇴서' 에서 "나의 지식과 신체의 한계도 없고 어떤 압박감도 없다" 고 한 金씨는 자신의 강의 중단이 "도피가 아니고 정당한 단절" 이라며 옛 선비의 낙향(落鄕)에 비유했다. 과거 선비들이 자신이 권력화돼가고 권력을 추구하는 자들의 도구화돼감을 느낄 때는 아무 이유 없이 은거한 것은 유학의 전통이며 정당한 사회적 가치로 존중받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金씨의 일방적 방송중단 선언은 공인으로서 그의 자세를 둘러싼 새로운 논란거리로 비화할 것으로 보인다.

KBS는 이 프로그램과 관련해 金씨와 비디오 판권과 관련된 저작권 계약 외에 별도의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하지만 박해선 책임PD는 "계약서보다 중요한 것은 시청자와의 약속인데 일이 이렇게 되리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조정하 정책실장은 "방송심의 규정에도 시청자에게 예고된 방송에 차질이 생기면 고지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며 "상식적인 차원에서 봐도 방송이 갖는 사회적 책임이나 시청자에 대한 예의에 어긋나는 일" 이라고 비판했다.

金씨의 고전해석 방식과 강의 스타일은 그간 많은 화제와 논란을 불러왔었다. 동양고전을 체험을 바탕으로 재미있게 전달한 그의 동양학 대중화 공로는 인정하지만 재미와 상품성을 강조하는 방송의 특성상 그의 강의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학계 일각의 평가다.

金씨는 사퇴서에서 "나의 강의가 폭넓은 공감을 얻고 있다 해도 바로 그 공감의 장 속에서 권위화하고, 권력화하고, 찬반의 희롱물이 되고, 시세의 상품이 되며, 반복의 나락으로 떨어져 가고 있다면 그것은 도올 개인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 사회 전체의 건강을 위해 모두가 깊게 숙고해봐야 할 문제" 라고 밝혔다.

한편 도올서원측은 "강의는 중단했지만 현재 3권까지 펴낸 『도올논어』는 끝까지 완간할 예정" 이라고 밝혔다.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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